호빵은 나와 남편에게 특별한 추억이 담겨있는 음식이다.
우리가 둘 다 대학생이었을 시절,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았고 거의 매일 서로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곤 했었다.
그날도 늦게까지 있었던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날은 조금 빨리 저물었고 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에서 그 해의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 오는 날은 연인들의 날이다.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다른 연인들은 들뜬 마음으로 상대를 만나 영화를 보거나 좋은 식당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지만, 학생식당 외에 다른 곳에서 밥을 먹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했던 우리는 그럴만한 돈이 없었다. 그래도 첫눈이 오는 날은 뭐라도 하면서 그날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때 우리 눈앞에 보였던 건 편의점에서 팔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이었다. 붕어빵도 있고 호떡도 있었는데 왜 하필 호빵이었는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 그때 마침 호빵이 눈에 띄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굳이 이유를 만들어보자면 눈처럼 하얗고 동그란 모양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결론지었다.
둘 중에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와~ 눈 온다. 첫눈이야. 우리 호빵 사 먹을까?"
라고 말했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오백 원짜리 호빵을 하나 사서 반으로 갈라 호호 불며 맛있게 나눠먹었다. 그때의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뜨겁고 달콤한 팥이 가득 든 호빵을 차가운 눈을 맞으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우리 주변으로만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고 그날의 호빵은 왠지 모르게 더 맛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첫눈이 오면 자연스레 호빵을 사 먹었고 '첫눈 = 호빵'이라는 공식이 생겨버렸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첫눈이 오면 호빵을 먹는다. 요즘에는 팥호빵 말고도 야채, 피자, 고구마 등등 온갖 종류의 호빵이 다 나오지만 언제나 우리의 선택은 팥이다. 점점 편의점 호빵이 비싸지다 보니 마트에서 파는 호빵을 사다가 집에서 데워먹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만 아직 '첫눈 = 호빵'이라는 공식이 깨지지는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마트에 갔다가 호빵이 나온 걸 보니 문득 처음 둘이서 호빵 먹었던 날이 생각이 나 적어본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추위가 늦게 찾아오는 중이지만 곧 첫눈이 내릴 것이고 그러면 나와 남편은 또 우리의 뜨겁고 달콤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호빵을 호호 불어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추억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