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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습관

by 이정현

이른 새벽, 감았던 눈이 열리면
밤사이 잊었던 냉기가 짜증스레 밀려든다.

깊은 잠을 털어내는 참을 수 없는 괴로움.
고요하고 깊은 꿈속에서도 기어이 새벽을 맞고야마는
나의 두 눈이, 그 불온한 습관이,
나는 밉다.

조금씩 조금씩 태양이 어둠을 걷고
한마리인지 두마리인지 새들 울음이 들리는데,

나는 몇해째 삐걱대는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창밖으로 가득찬 뿌우연 안개를 보고
또 창틀에 한껏 고인 이슬들을 보면서

턱을 고이고 엎드려, 이제는 오지 않는
너의 전화를 기다린다.

새벽을 사랑하던 너와
너를 사랑하던 나, 때문이다.


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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