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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삘 Nov 07. 2018

차별성이 독이 된 <언더 나인틴>

아이돌 제작 오디션이 나아가야 할 길

한국만큼 아이돌이 많고 영향력이 큰 나라는 없다. H.O.T, 젝스키스로 대표되는 아이돌 1세대가 한국 대중 가요계의 판도 변화를 일으킨 후 약 20년이 지났다. 현재 한국 아이돌은 한국을 넘어 K-POP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가요계의 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방탄소년단을 사례로 언급하는 것이 이제는 지루할 정도다.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돌의 영향력은 어느 때 보다 인정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는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아이돌 그룹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이 대박을 터뜨리며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은 오디션계의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프듀101>을 제외하곤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낸 프로그램은 없었다. 오히려 잇따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편성과 어디서 본 듯 비슷비슷한 연출에 시청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피곤함을 느끼고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MBC의 <언더 나인틴>은 후발주자로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물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떤 차별성을 통해 끌어올 것인지. 워너원 정도의 화제와 인기를 끌 도전자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존 아이돌만큼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지. 새로운 연출력으로 재미를 보장해 줄 수 있을지. 기대보다는 우려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첫 방송을 보았다.




지루했던 120분, 차별점을 찾기 어려웠다.

<언더 나인틴>의 차별점은 참가자들이 '노래, 춤, 랩'의 세 파트로 나뉘어 해당 파트의 디렉터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세 파트의 신경전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당신의 아이돌은 누구입니까"라는 MC 김소현의 멘트와 투표 방식을 보여주는 VCR 모션 디자인은 Mnet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흡사한 면이 너무 많았다. 방송을 보면서 계속 <프로듀스 101>가 떠올랐다.


불필요한 연출이 '리얼함'을 떨어뜨린다.

참가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1차 평가가 이뤄지기까지 총 15분이나 소요되었다. 뭇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첫 시작에선 프로그램에 대한 MC의 소개말과 57명의 참가자들을 이끌어줄 디렉터들의 만남을 보여줬다.  MC 김소현이 인터넷을 하며 참가자들의 참가 영상을 확인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점, 디렉터들과의 통화를 통해 '현장에서 보자'는 인사를 건넨 점은 2000년대 초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트로 연출 같아 식상했다.


디렉터들이 자신의 파트에 속한 참가자들을 뽐내며 아이돌에 있어 담당 파트의 중요성을 논하는 장면은 연기하는 느낌이 물씬 나는 어색한 장면이었다. 굳이 디렉터들에게 연기를 시킬 정도로 '아이돌에 있어 어떤 파트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얘기를 불필요하게 과장하여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시청자는 소외되었던 1차 '순위 결정전'

방송 시작된 지 15분 후에 시작된 본격적인 1차 평가는 '순위 결정전'이었다. 각 디렉터들의 점수를 합산 해 각 파트별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는데 무엇을 위해 벌써부터 순위를 매기는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실력 별로 맞춤 코치를 해주기 위해서' 라든지, 다음에 있을 경연의 '우선 결정권을 위해서' 라든지 등 단지 '개개인의 매력을 어필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순위결정전을 한다는 것은 1차 평가의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순위를 매기는 것임에도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각 디렉터들은 이전에 자신의 파트에 속한 예비 아이돌(참가자들을 부르는 명칭)들의 프로필을 봤거나 만나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직접 참가자를 소개하고, '이 친구 잘한다', '기대된다' 식의 코멘트를 얹었다. 이는 시청자 입장으로서는 소외되는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참가자들인데 디렉터들은 참가자들에 대한 실력을 이미 아는 선에서 심사평을 하는 것이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디렉터들의 평은 시청자의 의견을 대변하거나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그런데 시청자는 모르는 '실력이 벌써 향상되었다'라는 심사평들은 이게 첫 방송이 아니고 몇 회 지난 방송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차별적 콘셉트의 설득력이 필요하다.

사실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언더 나인틴>에서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라고 강조한 '참가자들은 노래, 춤, 랩 세 파트로 나뉘어 트레이닝을 받는 점'이었다. 전문성을 확실히 살려주기 위한 전략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고민했다는 점은 이해하겠으나 어떤 의미와 재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세 파트가 서로 경쟁하는 듯한 신경전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하나의 그룹을 만드는 건데 파트끼리 경쟁하면 각 파트가 섞인 조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제작진들은 아이돌의 세 가지 구성요소는 '노래, 춤, 랩'이라는 것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돌의 무대 구성 요소인 것이지 아이돌의 세 가지 구성요소라고 보기에는 아이돌과 아이돌이 아닌 '가수'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의 구성 요소는 '비주얼 센터', '씹덕 요정', '예능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은 실력 없다'는 것은 옛말인 것처럼 실력은 아이돌로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때론 아이돌은 실력보다 '아이돌력'이라고 불리는 끼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을 중시하는 듯이 보이는 현재 포맷은 후에 성장 가능성, 충분한 매력 등의 이유로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시 시청자들로부터 심사 평가의 주관성이나 형평성 의심을 받기 쉽다.


차별화된 미션을 통해 실력을 검증하라

이 참가자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디렉터들의 도움을 받아 실력이 향상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첫 방송에서 기존 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도 있었기에 실력적인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보일 준비는 되어있다. 다만 아이돌 그룹의 제작에 있어 놓치면 안 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멤버 간의 '케미'이다. 각 파트를 벗어나 다른 파트의 참가자들과 함께 무대를 선보일 날이 올 것인데, 전에 있었던 파트 간의 신경전을 넘어 한 팀으로서의 우정과 간절함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 또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차별화된 '미션'이 필요하다. 다른 오디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순한 '포지션 평가', '기존 아이돌 커버 평가' 등이 아닌 팀을 꾸리는 새로운 방법, 다른 파트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새로운 미션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팀워크가 좋은 '한 팀'을 만드는 계기를 다져 나가야 한다. 결국 아이돌 제작에 있어 '실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성장'과 '케미'이다. 제작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성장 스토리'와 서로를 응원하고 도와주는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이들을 응원해야 할 이유를 준다.





'크러쉬', '황상훈 안무가', '솔지' 등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한 실력파 출연진들의 코칭이 기대된다. 이들을 '디렉터'라고 부르는 만큼 참가자들의 실력뿐 아니라 매력의 조합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디렉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신나는 무대와 매력 있는 친구들의 꿀 조합으로 응원하고 싶은 팀이 만들어지길! 예비 아이돌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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