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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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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삘 May 21. 2018

TV가 '인터넷 방송, 어떻게 대해야 하냐' 물으신다면

신대륙으로 항해를 시작하는 MBC

집에서 상암 MBC까지 약 1시간 15분.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즐겨보는 수많은 방송들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곳. 높은 건물 사이를 걸으면 마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TV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그곳에서 김병철 스포츠 PD님을 만났다. 


스포츠 PD 라니!

첫 번째 M씽크 테마활동으로 김병철 스포츠 PD님과 김나진, 이재은 캐스터님의 강연을 들었다. 한 번쯤 PD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했는데 첫 시간부터 PD님을 뵐 수 있었다. 그런데 스포츠 PD라니! 예능, 시사, 교양 PD는 들어보아도 스포츠 PD는 처음 들어 본 분야였다. 듣고 나니 참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능, 뉴스처럼 스포츠 방송이 있으니 스포츠 PD가 있다는 건 당연할 텐데. 방송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자부하던 내가 스포츠 PD를 생소해하다니... 생소해하는 스스로가 신기하고 부끄러웠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누가 편성하고 중계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관심이 없었나 보다. 막연하게 PD들 중 누군가 하는 게 아닐까, 특별한 이벤트니까 어떤 중계 드림팀이 꾸려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스포츠 방송은 스포츠 PD들이 기획하고 편성하며 중계한다. 

김병철 PD님은 스포츠 PD의 '화요일' 일과를 표로 보여주셨다. PD님께서는 두 종류의 화요일을 보여주셨는데 하나는 '평시', 다른 하나는 '전시' 라 부르셨다. 평시는 말 그대로 특별한 스포츠 이벤트가 없는 보통의 날들을 일컫는다. (그리고 지금은 '평시 상황'이라 덧붙이셨다.) PD님께서는 '평시'에는 챔피언스리그 중계방송을 주요 일로 하시며, 다가올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로그램 제작 및 홍보 기획을 하신다.


스포츠 PD의 하루


'전시'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의 상황을 말한다. (PD님께서는 그날들의 급박한 상황을 '전시와 같다'라고 강조하셨다.)


월드컵 기간인 '전시 상황'에는!

1.  스포츠 PD는 이번 월드컵의 개최지! 러시아로 직접 간다. 

2. 오전에는 중계방송을 위한 자막과 영상을 준비하다 경기시간이 다가오면 세계의 모든 언론인들과 함께 '뉴스센터'로 향한다. 

3. 그곳에서 러시아 월드컵 주관방송사 (Host Broadcaster)가 제작하는 국제신호 영상(International Signal)을 수신받아,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중계를 덧붙이고 자막을 입힌다.

4. 경기가 끝나면, 뉴스센터에서 사무실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중계방송을 정리하고 피드백을 갖는다.

5. 익일 방송에 대한 회의를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관방송사(Host broadcaster): 올림픽, 월드컵 등의 해외 주요 대회 및 특별 이벤트의 촬영을 주관하는 곳

*국제신호 영상(International Signal): 주관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영상

예를 들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KBS가 주관방송사를 맡았으며, 고양 킨텍스 프레스 센터에 국내외 언론인들이 모여 정상회담 기사를 작성하였다.




문제는 차별성
'문제는 차별성입니다.'

월드컵 중계를 앞두고 있는 피디님의 가장 큰 고민은 '방송사간의 차별성'이라 하셨다. 앞서 말했듯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주관방송사 (Host Broadcaster)의 국제신호 영상(International Signal)을 수신받아 각 채널에서 약속된 편집을 거쳐 방송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방송국은 같은 그림을 가지고 방송할 수밖에 없다. 이때 약속된 편집이라는 것은 월드컵 방송 왼쪽 상단에서 볼 수 있는 경기 국가와 스코어 자막 등이 해당된다. 이를 통해 차별성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중계진'이라고. 어떤 해설위원이 캐스팅되어 어떤 멘트를 하는지에 따라 시청자들의 채널은 돌아간다.


우리는 월드컵 중계를 어디서 볼까 고민할 때, 중계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경기 내용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이 해설위원이 스코어 예측을 기가 막히게 한다더라', '여기 캐스터 드립이 장난 아니게 재밌다더라'처럼 중계진들이다. 심지어 '00 캐스터 00경기 드립 모음 영상'이 만들어져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번 MBC 중계진은 안정환 해설위원, 서형욱 해설위원, 김정근 캐스터와 함께한다!)


다음 문제는 인터넷 시장의 확장입니다.

지상파 방송 내의 차별성은 방송사라면 의례 가지는 기본적인 고민일 것이다. 방송 콘텐츠는 방송사뿐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가져야 하니깐. 더 중요한 문제는 '인터넷 방송의 확장'이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TV를 틀지 않는 것. 이것이 스포츠 방송을 포함한 지상파의 최대 고민이다.




방법은 BJ 감스트?

MBC는 이러한 문제의 돌파구를 'BJ 감스트'에서 찾고자 한다. 축구 중계의 지상파 X인터넷 컨버전스를 'BJ 감스트'를 통해 시도해 보겠다는 것이다. 감스트는 유튜브, 아프리카 tv 를 통해 축구 중계 및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BJ이다. 감스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약 50만 명, 아프리카 tv 애청자 수는 약 60만 명 이상에 달한다. 또 2018 시즌 K리그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을 만큼 10대, 20대 남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감스트는 MBC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디지털 축구 해설위원 및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BJ가 지상파와 월드컵을 중계하는 것은 최초의 시도이다. PD님 역시 이를 '신대륙을 향한 도전'이라 말하셨다. 


'왜 감스트인가?'에 대한 PD님의 대답
최선의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중계는 라이브이기 때문에 생방송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러나 MBC는 도전하고 변화하고자 합니다.

감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알려진 후 관심을 포함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터넷 방송 특유의 거칠고 날것인 성격이 지상파에 적합하냐는 것이다. PD님은 감스트와의 콘텐츠를 어떤 포맷으로 제공할 것인지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감스트가 지상파 중계에 직접 참여할 것인지,  또는 다른 형식으로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TV는 인터넷 방송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본질적인 질문이다. 답하기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분야의 해답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업은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독자들을 인터넷과 모바일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사람들은 종이 서적보다 블로그나 SNS에 올라오는 짧은 글들을 즐긴다. 이런 상황 속에 출판시장은 e-book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pdf 형태로 만들어진 책 전문을 스마트폰이나 e-book 리더기를 통해 봄으로써 휴대성, 편의성 및 저장 용량 등 종이서적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도 e-book 리더기와 같은 새로운 콘텐츠 리더기가 필요하다. 


pooq이 그 리더기의 전신이 될 것 같다. (알고 보니 pooq은 MBC, SBS, KBS 지상파 3사가 공동 출자한 콘텐츠 연합 플랫폼 소유의 콘텐츠 서비스였더라!) pooq은 한국의 Netflix라고 할 수 있으며 국내 OTT(Over The Top) 서비스 중에서 가입자의 사용시간이 가장 길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예를 들어 pooq, netflix, 왓챠 등이 있다.


이젠  TV에서 인터넷으로, TV-인터넷 컨버전스!

현재 지상파가 모바일 및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방법은 OTT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방송의 주요 장면을 clip 형태로 네이버 TV CAST, 유튜브 등에 제공하는 것이다. 즉, TV 방송의 간추린 버전을 인터넷에서 보는 식이다. 이제는 그것이 뒤바껴야 하지 않을까?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를 유통하면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유병재: 블랙코미디>, <범인은 바로 너> 등이 넷플릭스 자체 제작한 콘텐츠들이다. 지상파 방송의 양질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OTT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pooq 자체 제작 드라마 또는 예능을 시도해본다면 어떨까? 최근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지상파 방송에서 가져오려는 시도는 앞서 얘기했던 인터넷 방송의 언어적 위험요인이 작용하고 있기에 쉽지 않다. OTT 서비스 자체 제작 예능이라면 방송 심의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친근감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TV 방송 주요 장면이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OTT 자체 방송의 재편집을 통해 다시 TV에 방송함으로써 TV-인터넷 컨버전스를 실현하는 것이다.


언제나 실천은 어렵다. 

MBC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인터넷 방송의 지상파화를 시도하고, 라디오스타에 뷰티 유튜버 이사배를 출연시키며 지속적으로 컨버전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감스트와의 월드컵 컬래버레이션도 하나의 시도로 기록될 것이다. 꾸준한 시도가 안정된 플랫폼을 만드는 날을 기다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전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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