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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die Nov 15. 2023

지금의 속도도 괜찮아.

나는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은'삶을 살고 싶다.




어쩌면 나의 남은 인생에 비하면 너무 이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느린' 삶을 살고 싶다.


물론, 게으르게 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래도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적당한 속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성공'이라는 타이틀에 전념하기보다는

그냥 나만의 속도로 그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는 여정을 천천히 느끼고 싶다.




학창 시절,

나는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동시에 나는 이 재능과 함께

미래에 대한 확고한 꿈과 목표가 있었다.


19살의 나는 운이 좋게도 한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처음으로 서울의 이름 있는 갤러리에서

 경력 있는 예술과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게 되었고,

나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그 당시 친구들이 대학

원서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 나는 죽어라 그림만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렇게 친구들이 대학교에 입학할 동안

나는 그림에 미친 사람처럼 그림에만 전념했고,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진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몇몇 사람들을 알게 되어

나는 그들에게 나의 작품들을 소개했고

다행히도 그동안 작업을 많이 해놓은 덕분에

나는 1년 동안 약 3번의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원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풀리는 것만 같았고

특히 개인전시회를 연 후 나는 마치 삶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처음에는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오직 '좋아서'

시작한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는 순수한

꿈이 아니라 '돈'이라는 목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불도저와도 같았던 그 당시의 나는

또 다른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며칠을

밤새워가며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의 몸은 점점 망가져갔고,

특히 나는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져

마침내 공황장애와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다행히 그 당시 내 옆에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 온 친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의 권유로

심리상담을 받게 되어 나는 차차 상담을 받아가며 나의 우울증상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약 1년 반동안 상담 + 나만의 치유기간을

가지면서 나는 앞으로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내 인생을 다 바쳤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사랑하고 포기한 것들도 많았던 나의 '꿈'이었었기에 이것을 한 번에 놓기란 나에게는 그야말로 ‘생지옥’과도 같았다.


나는 정말 여러 번 나 스스로에게 '너는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졌고, 마침내 나의 대답은 '아니. 더 이상은 안 하고 싶어. 나는 행복하지 않아'였다.


나는 아티스트라는 정체성과 그림이라는 재능에

너무나도 몰두해 있던 탓에 갑자기 생겨버린 이 거대한 빈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기란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나는 신기하게도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스스로

괜찮아지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 예를 들면, 정원 꾸미기라던지 아니면 요리나 운전면허 따기 등을 시도해 나아갔다.


나는 이렇게 사소하지만 내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 나아가며 한 가지 나에 대해 깨달은 것이 있는데, 나는 정말 느린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마치 거북이처럼)


나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차분하고,

침착하며,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동물을 좋아하고 식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속도대로 삶을 사는 것을 즐겨한다.


(이렇게 느리고 차분한 사람이 그렇게 불도저처럼

살려니 당연히 탈이 날 수밖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살고,

우리는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때 누군가는 정말 짧은 시간에 그들이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여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은 그들의 목표를 도달함과 동시에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빠른 성공에는

큰 희생이 따르게 되고, 어쩌면 그 성공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기게 된다. 물론 이러한 삶 또한 가치 있으며 우리는 뭐가 옳고 그른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과연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사는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우리만의 삶을 살 것인지 혹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 것 인지는 잘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나는 실제로 고등학교 졸업 후 나는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았었지만 이때 나는 부모님과 많이 다투기도 했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잠시 잃었었다.

이렇듯 무언가를 단기간에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희생도 필요하다.


나는 지금까지 그 신뢰를 잃어본 경험이 많았고,

여전히 그 기억들은 내게 많은 아픔으로 남아있기에

나는 앞으로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돈'보다는 '신뢰'와 '사랑'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고, 그 일이 돈보다 가치 있는 일이었으면 한다.




나만의 속도대로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삶의 패턴이 중요하다.


나도 여전히 나에게 맞는 삶의 패턴을

찾기 위해 꾸준히 탐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규칙적인 생활패턴'과 '건강한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꽤나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그림에 푹 빠져있던 나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거의 반나절을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을 보냈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수면패턴도 영 '꽝'이었다.

(이때가 나의 최저 몸무게를 달성했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도 만나지 않았고, 누군가 나와 약속을 잡으려고 하면 그때마다 나는 바빠서 안될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었다.


물론 정말 바쁘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너무 외로웠다.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는 '혼자'가 아닌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외로움은 어쩌면 인생에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뭐든 적당한 선을 넘어가 버린다면 결국은 탈이 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홀로서기를 위해 우리만의 '삶의 패턴'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우리만의 속도대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내가 말하는 삶의 패턴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동안 내가 삶에서 하고 싶었던 간단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된다.


예를 들면, 퇴근 후 친구와 5분 정도 하루에 대해 통화를 한다던지, 전에 읽고 싶었던 책의 한 파트를 읽어본다던지, 하루에 영어단어 5개씩 외워본다던지 등등. 천천히 생각해 보면 의외로 그동안 우리가 삶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만약 우리가 '나는 하루에 5분도 시간 낼 여유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평균적인 속도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하고 이러한 삶은 우리에게 그렇게 건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씩 우리가 우리 삶에서 '여유와 공간'을 조금씩 찾아간다면 우리는 마침내 삶의 리듬을 배우게 될 것이고 우리는 타인은 타인의 속도대로, 나는 나만의 속도대로 인생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여전히 우리가 너무나도 바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것 또한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하루를 생산적이고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깐.


하지만 가끔씩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잠시 나와 우리 스스로를 위해 숨을 쉬어주는 것은 어떨까?


고래가 바다에서 오래 사는 이유도 가끔씩 물 밖에 나와 햇빛을 쬐며 숨을 내뱉어 주기 때문이기에.



.


.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찹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Steve Johnson: https://www.pexels.com/photo/blue-abstract-painting-3518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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