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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die Nov 20. 2023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쓸모가 없어져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명문대학교에 들어가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 아이에게 완벽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노력, 남편에게 쓸모 있는 아내가 되기 위한 노력, 직장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 등 처럼.


나는 약 3년 전,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었다. 예술가라는 직업을 사랑했던 나는, 더욱더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에 집으로부터 약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서울을 매일 고속버스를 타고 왕복을 해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소개하며 전시회를 열 기회를 얻곤 했었다. 그 당시 나는 강남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아트페어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트페어를 마친 후 전시했던 작품들을 다시 집으로 보냈어야 했었다. 나는 자가용도 없었을뿐더러 가족들도 서울이랑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기에 나는 이 작품들을 어떻게 집으로 보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다행히 호텔 근처에 우체국이 있었기에 작은 작품들은 어찌어찌 집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그 당시 가장 큰 작품이 1미터가 넘어갔었고 무게도 꽤나 나갔었기에 이 작품은 우체국에서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나는 꽤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었다.


나는 전시회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약 5일 동안 서울에서 먹고 자고 했었어야 했기 때문에 돈은 돈대로 떨어져 있었고, 나는 그 당시 이 대형작품을 옮길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결국 긴 고민 끝에 작품을 버스터미널까지 직접 들고 가기로 했고, 나는 이 크고 무거운 작품을 약 몇십 분을 걸어 버스터미널까지 들고 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친 짓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이 외에도 나는 그림으로만 먹고 살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다른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생활을 이어갔었고, 나는 정말 죽어라 일하고 또 일을 했다.


그 당시 주변 어른들은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올 거다'라는 말을 내게 했었고, 어른들의 말이 곧 답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나의 한계를 훨씬 넘어 노력하고 또 노력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게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상황은 더욱더 나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정신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게 되었고, 나는 결국 해서는 안될 생각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던 나는 태풍이 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처럼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과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되었고, 나는 약 1년 정도 병원 약을 복용하며 나는 앞으로 더 이상은 예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곳에서 처음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 당시 너무나도 아팠고, 특히 나의 영혼은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나는 이 사회에서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내게 남은 것이라곤 인간관계도 돈도 아닌 '회의감'과 그냥 열심히 일만 하는 '호구'라는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예술계에 발들인 것과 그 당시 내가 선택했던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림을 누구보다도 사랑했고, 그 당시 내가 꼭 했었어야만 했던 일이었으며, 심지어 아픈 것도 있고 있을 정도로 미쳐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렇게 죽어라 열심히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건강하게 즐기면서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지금 나의 취미로라도 남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죽어라 노력해라. 그래도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많이 보이곤 한다. 물론 이 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실제로 죽어라 노력해보기도 했고, 정말 해서는 안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 본 사람으로서 그렇게 긍정적인 말로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러한 경험 덕분에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넘어졌을 때에는 바로 일어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하는 것이다. 빙판길을 예를 들어보자면, 어느 날 우리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멋지게 차려입고, 오랜만에 구두까지 신고 밖을 나섰지만 사방에는 미끄러운 빙판길로 가득하고, 정말 웃기게도 항상 멋지게 차려입은 날에 빙판길에서 꼭 넘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빙판길에서 넘어졌을 때 바로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오히려 더 상처가 생기게 되고, 또다시 넘어지게 된다. 만약 주위에 나를 본 사람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도와줄 수도 있지만, 만약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우리는 홀로 일어서야만 한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바로 일어서려고 하는 시도보다는 잠시 우리가 넘어졌음을 인지하고, 잠시 앉아있다가 다리를 털고 천천히 일어서면 우리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어 나아갈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떻게 서든 한 번씩 넘어지게 되어있고, 이때 우리는 주변 환경, 혹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어쩌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때 우리 주변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넘어졌더라도 주위 시선에 눈치를 보며 바로 일어나려고 '열심히' 노력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잠시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좋고, 혹은 죽은 척 아무도 모르게 그 자리에 누워있어도 좋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죽은 척, 사람들과 사회가 나를 잊어갈 때 즈음 나는 마침내 '나만의 길'을 걷기로 했고, 나는 쓸모가 없어도 나에게 가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나아가기로 했다. 예를 들면 꾸준히 글쓰기를 한다던지, 여행을 간다던지, 해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다던지 등등.


나는 그동안 내게 있었던 일들과 감정들에게 완전한 작별인사를 했고, 올해 나는 나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타인을 위한 인생'아닌 '나만을 위한 인생'이라는 주제로 바꾸었다.


우리는 어쩌면 '쓸모 있어져야 한다'라는 중독에 빠져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태어났을 때부터 이 몸 하나라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는 존재로 태어났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건강히 자라왔고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연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오며 자라왔다.


우리는 그 자체로 존귀하고,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로부터 쓸모 있어져야만 하는 도구가 아닌, 우리는 그저 우리라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의 인생은 사회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여전히 '괜찮다'라고. 고생했고, 또 고생했으며, 쓸모가 없어져도 괜찮다고. 그리고 당신은 충분히 당신만의 인생을 살 자격이 있고, 타인 혹은 사회로부터 더 이상 눈치를 보며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그저 당신이 사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도 좋다고!"


몽테뉴는 성취 없는 나날들이 무의미하다거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말했다. 우리가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잘 사는 것, 그리고 오늘 하루 삶을 고민하고 성찰한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역할 중 가장 근본적이고 고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면서 우리의 인생에서 무언가 빠진 듯한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이 또한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신기하게도 우리가 이 두려움을 인지하고 현재의 삶에 함께 가져오는 순간 그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지게 되어있다. 나는 실제로 그 괜찮아짐을 느꼈고, 지금은 그 두려움에 익숙해져 잘 지내고 있다.


휴식이 필요하다면 쉬어도 좋고, 잠시 바람을 쐬고 싶다면 밖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어도 좋다. 아니면 가만히 창문을 바라보며 하늘에 움직이는 구름을 바라봐도 좋다. 그저 나는 당신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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