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널 만날 수 있어서 난 너무 고마웠어.”
그랬나.
그랬던가.
난 구태여 할 말이 없어져서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읽을 수만 있다면 나를 와락 안아서 따뜻한 품 안에 속하게 할 것만 같았다.
언덕이 깎아졌을 때에, 문득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그렇게 좋더라.”
그런데, 난 왜 이곳에 서기만 하면 그녀가 떠오르긴 하지만, 마치 몸덩이부터 그리다가 중간에 포기한 그림처럼 표정을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는 건가. 아니면 기억을 할 수 없었던 건가.
언덕에 다다랐을 때에, 나는 울었다.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했던 그녀의 목소리만 귀에 잔향처럼 울려서. 그것만이 나에게 남아버렸는지, 그녀의 얼굴을 전혀 알 수 없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