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왕' 애니화는 단순한 영상화가 아니다

슈퍼 IP 개발을 위한 시장 전략

by 사도연

카카오페이지의 대표 인기 IP 웹소설/웹툰 <도굴왕>의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이 지난 1월 19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인기 IP '도굴왕'. 웹소설과 웹툰의 합산 조회수가 4억 뷰가 넘었다.


저는 이 기사를 본 순간, 단순히 "또 하나의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이 나오는구나"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한국 콘텐츠 비즈니스가 드디어 '슈퍼 IP'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처럼 느껴졌거든요.

제가 매번 외치던 웹소설이 최종적으로 가야 할 길 중 하나가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저는 이 길이 웹소설이 가야 할 길이라고

이야기해 왔던 걸까요?


[웹소설] ▷ [웹툰] ▷ [애니] ▷ [게임/굿즈]


이 루트는 단순한 미디어믹스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 점점 더 많은 감각을 점령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글로벌 팬덤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감각의 관점에서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상력) ▷ (시각화) ▷ (생명력) ▷ (팬덤화)


저는 바로 이러한 감각 점령전에서 가장 유리한 지점, 혹은 시작하기 좋은 지점이 웹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웹소설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 유연성의 경제학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웹소설 원작이 갖는 위상은 독특합니다. 현장에서 IP 확장을 고민해 온 사람의 눈으로 보면, 웹소설은 오히려 가장 유연한 출발점입니다.

웹툰은 이미 작가가 그려놓은 캐릭터의 얼굴과 배경을 보여주죠.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결정되어 있고요.

하지만 웹소설은? 독자 한 명 한 명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학술적 연구에서도 웹소설이 웹툰보다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활용되는 데 제약이 적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미 시각적 이미지가 고정된 웹툰과 달리, 텍스트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훨씬 유연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개연성 있는 상상력의 여백이 영상화 과정에서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도굴왕>은 이미 웹소설 단계에서 탄탄한 서사를 완성했고, 웹툰으로 1차 시각화를 거쳤습니다. 이제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에게 목소리와 움직임을 부여하며 본격적인 팬덤 비즈니스로 확장하려는 단계에 와 있죠.

이미 우리는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을 통해 그 결과를 몸소 실감한 적이 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웹소설-웹툰-애니메이선-게임 등 무한한 IP 확장력을 보였다.


텍스트가 가진 무한한 상상력이 구체적인 영상으로 구현될 때 발생하는 그 폭발력. 제가 이 지점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2030이 극장에서 애니를 N차 관람하는 이유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봅니다. '여러분, 애니메이션 좋아하세요?'

손을 드는 것을 머뭇거리는 학생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 '체인소 맨 봤어요?'라고 물으면? 교실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게 바로 25년 작년에 한국 2030 세대의 애니메이션 수용 방식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아니라 재미있는 IP의 또 다른 버전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은 이미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티빙은 '테러맨'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며 웹툰 기반 성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네이버웹툰의 '로어 올림푸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테러맨'과 '로어 올림푸스'. 애니 제작이 발표되었다.


일본은 어떤가요? 코로나 이후 OTT를 통해 애니메이션 팬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체인소 맨>,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들은 극장가에서 2030 세대의 'N차 관람'을 유도하며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했죠.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하나가 IP 전체의 수명을 얼마나 연장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도굴왕> 같은 액션 판타지 장르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보편적 코드의 중요성 - ‘도굴’이라는 소재


여기서 하나 질문을 던져봅니다. 왜 ‘도굴’이라는 소재는 반복해서 영상화되는 걸까요?


<도굴왕>이 가진 소재적 특성은 영상화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귀취등(鬼吹灯)>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도굴과 보물찾기를 다룬 이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은 웹소설로 시작해 만화, 게임, 연극은 물론 영화 <구층요탑>으로 제작되어 상을 휩쓰는 등 중국 내 대표적인 슈퍼 IP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의 인기 시리즈 '귀취등'. IP 확장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판타지와 액션, 미스터리가 결합된 '도굴'이라는 소재는 텍스트보다는 시각적 스펙터클이 더해질 때 대중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장르입니다.

유물의 신비로움, 전투 장면의 역동성, 미스터리의 긴장감. 이 모든 게 화려한 작화와 연출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귀취등>이 증명했듯, <도굴왕>의 서사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IP로 거듭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형 슈퍼 IP, 우리가 목격하게 될 것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크런치롤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바가 있습니다. 덕분에 이미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재편된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노트북LM제작)


이제 한국의 웹소설/웹툰 IP도 그 뒤를 맹렬히 쫓고 있습니다.

<도굴왕>의 애니메이션화는 단순한 미디어믹스를 넘어, 한국 웹소설 IP가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슈퍼 IP로 진화하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오픈 채널을 통해 정체되어 버린 웹소설 시장이 더 확장되기 위해서는 슈퍼 IP가 필요하다고 외치던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K-웹툰의 해외 수출 성과

일본: 전자 만화 플랫폼 지배. 전자 만화시장 비중의 72.1%를 차지(픽코마 + 라인망가)
북미: IP 주류화 전략. <로어 올림포스>의 수상 및 다양한 OTT 애니 제작 발표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한국 웹소설 IP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텍스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웹툰의 그림을 입고, 이제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기회를 마쳤습니다.


웹소설 작가를 비롯한 모든 스토리텔러들은 더 이상 글만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IP 설계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캐릭터의 시각적 특징, 캐릭터 간의 관계성, 전투 씬의 묘사와 매력도, 세계관의 확장 가능성까지.

스토리튠즈에서 기획 중인 작품들 역시 이와 관련된 준비들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굴왕>을 비롯해 앞으로 차차 제작 및 발표될 여러 작품들의 성공을 지켜보며, 우리 모두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도전이 한국 콘텐츠 산업에 또 하나의 성공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 웹소설 IP의 미디어믹스 전략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백서 (일본동화협회, 2024)

- OSMU의 진화 경로: 한국과 중국의 웹소설과 웹툰을 중심으로 (왕이소, 신형덕,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