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에서 오션뷰 풀빌라를 찾는다면, 프라이빗하게 머물 수 있는 독채 숙소를 눈여겨보게 된다. 특히 겨울 여행이라면 따뜻한 온수풀 여부가 숙소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바다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즐기고, 가족끼리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여수 핀란드 풀빌라 펜션(E동)"은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숙소다.
흙을 일구는 삶을 살다 보니 1월은 그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달이다. 농번기에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가지만, 한겨울만큼은 가족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아이들도 이번 1월엔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몇 년째 우리의 여행은 1월에 태어난 1번의 생일을 겸한 가족여행이었다. 작년 여름, 아이들에게 집터파크를 열어주지 못한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농사일에 밀려 수영장을 채우지 못했던 게 못내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풀빌라로 가자고 마음먹었다.
여수 돌산의 바다를 품은 핀란드 풀빌라.
작년 12월에 여수에 들러 미리 예약을 했었다. 1월에 방문해 체크인을 하고 문을 열자마자 "우와~~"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은 네 명이지만, 여덟 명이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을 구조였다. 침대가 넉넉해 아이들이 각자 자리를 잡기에도 좋았다. 침대룸 두 개, 화장실 세 개라는 구성은 가족 여행에서 꽤 큰 장점이다. 아침마다 누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냐고 눈치싸움을 하며 실랑이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숙소 컨디션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과 거실, 그리고 식기살균건조기. 여행을 자주 다니는 건 아니지만 숙소에 식기살균건조기가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여행지 숙소에서 식기 사용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데, 안심하고 쓸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물을 따로 사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가 있어 머무는 내내 편리했다. 주방에 냉장고가 있지만, 식탁이 있는 수영장 앞 쪽에도 미니 냉장고가 하나 더 있었다. 여름에 이용한다면 음료나 주류를 가득 채워 놓고 수영하며, 바베큐를 즐기기에 딱일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만족도가 올라간다.
아침이 되어 커튼을 걷으니, 창 너머로 겨울 바다가 펼쳐졌다. 차갑지만 맑은 색이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수풀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물이 따뜻해 겨울바람이 불어도 오래 놀 수 있었다. 2박 3일 머무는 동안 1번은 물놀이를 할 때나, 식사시간 외에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지냈다. 혼자서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며 뒹굴뒹굴~ 생일 주인공다운 휴식이었다. 사춘기가 오는지 이제는 같이 어울리기보다 혼자 즐기는 시간이 더 많아져 조금 아쉽긴 했다. 그와는 달리 2번은 물놀이도 하고 엄빠와 함께 영화도 봤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저녁 시간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바람이 꽤 세게 불어 농부님은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가스 그릴 앞에서 바람을 피해 고기를 굽는 모습이 어쩜 그리 사랑스러운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남이 구워주는 고기가 아닐까. 2번이 좋아하는 고기와 족발, 1번이 좋아하는 회까지 이틀 연속 저녁마다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소시지도 빠질 수 없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는 순간, 1월의 바다가 배경처럼 우리 뒤에 있었다.
부루마블을 챙겨달라고 농부님한테 부탁했는데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왔다. 덕분에 ‘더 게임 오브 라이프’를 함께 즐겼다. 화면 속 인생을 굴리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 참 가볍고 좋았다. 농사 이야기도, 친정 걱정도 잠시 내려두고 오롯이 네 식구로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1월의 바다와 함께한 가족여행. 관광지를 다니지 않아도 휴식이 필요한 날들이었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1월의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 한 해를 버틸 힘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