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일지

기다리다 보면 만나는 맛도 있다

by 농부아내


광양방향 보성녹차휴게소는 남도를 지나가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곳이다. 보성 녹차를 활용한 디저트부터 남도식 식사 메뉴까지, 휴게소라는 공간 안에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여러 메뉴 중에서도 광양방향 보성녹차휴게소에 들렀다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메뉴가 있다. 바로 "꼬막비빔밥"이다. 보성군 벌교읍에서 직접 조달한 꼬막을 사용해 만든 메뉴로, 야채가 넉넉하게 들어가고 가격 대비 구성이 좋다. 휴게소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들어갔다가, 의외로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메뉴이기도 하다.




지난 1월 20일, 가족들과 여수로 여행을 떠나며 광양방향 보성녹차휴게소에 들렀다. 해남에서 출발해 보성녹차휴게소까지는 이제 운전이 익숙해졌지만, 장거리 이동인만큼 안전을 위해 농부님이 운전대를 잡았다.


보성녹차휴게소는 자주 들렀지만, 이상하게도 꼬막비빔밥과는 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갈 때마다 품절이거나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 푸드코트 메뉴가 몇 개 남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다음엔 꼭’이라는 말만 쌓여갔고, 마음 한편엔 오기 같은 것도 생겼다. 얼마나 맛있길래 올 때마다 품절일까, 그런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점심시간에 맞춰 휴게소에 도착했고, 키오스크 화면 속 ‘꼬막비빔밥’ 글씨가 또렷하게 살아 있었다. 그 작은 불빛이 어찌나 반갑던지. 아이들이 먹을 메뉴 몇 가지와 함께, 망설임 없이 꼬막비빔밥을 주문했다. 드디어 나도 먹어 보게 된 것이다.



남도에 있는 휴게소답게 푸짐하게 한 상이 나왔다. 양푼에는 밥을 넣기도 전에 이미 야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색감부터 싱싱해 보이는 야채들 사이로 꼬막이 눈에 띄었다. ‘요게 벌교에서 온 거라지.’ 괜히 젓가락으로 들어서 한번 더 살펴 본다.



밥을 넣고 초고추장을 넉넉히 둘러 비볐다.

야채와 꼬막, 밥이 고루 섞이도록 천천히 섞었다. 한 숟가락을 듬뿍 떠 입에 넣자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왔다. 쫄깃한 꼬막 식감, 아삭한 야채, 그리고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뤘다.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전체가 고르게 어우러진 맛이었다.


휴게소 음식은 대체로 한두 숟가락 먹고 나면 맛이 단조롭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건 달랐다.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 없이 먹기 좋았고, 여행길 중간에 먹기에도 적당했다. 속을 편안하게 채워주는 느낌이랄까. 숟가락이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특별한 맛집을 찾아간 건 아니지만, 휴게소에서 제대로 한 끼를 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설 연휴 기간, 광양방향 보성녹차휴게소에 들를 계획이 있다면, 꼬막비빔밥 한 그릇을 고민해 봐도 좋겠다. 이동 중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생각보다 든든하고 기분 좋은 선택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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