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파종시기와 방법
완두콩은 비교적 추위에 강한 작물이라 이른 봄부터 파종이 가능하다. 남부지방의 경우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사이, 중부지방은 2월 하순부터 늦어도 4월 초순 이전에는 파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너무 늦어지면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생육이 더뎌지고, 장마 시기와 겹쳐 수확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대체로 3월 중순 이전에 파종하면 장마가 시작되기 전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
파종 전 씨앗을 3~5시간 정도 물에 불려두면 발아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딱딱하게 말라 있던 씨앗이 물을 머금으며 서서히 깨어나는 과정이다. 파종 방법은 어렵지 않다. 20~30cm 간격으로 구멍을 내고 한 자리에 2~3개의 씨앗을 넣은 뒤 흙을 덮고 물을 주면 된다. 이후 자람 상태를 보며 한 포기만 남기고 솎아도 되고, 모두 키워도 무방하다. 다만 통풍이 잘 되지 않으면 병해가 생길 수 있어, 환경에 따라 간격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2026년 완두콩 재배일지>
- 3월 17일 파종
우리 집 식구들은 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텃밭을 가꾸면서도 콩류는 거의 심지 않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그나마 심었던 것이 완두콩이다.
2023년에 처음으로 완두콩을 심었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주렁주렁 달린 연두빛 꼬투리들이 어느 순간 밭을 채우고 있었다. 껍질을 까면 동글동글한 알갱이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양이 제법 많아 한동안은 완두콩밥을 먹었다. 삶아서 먹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완두콩밥이 유독 맛있었다. 밥을 지을 때 한 줌 넣어주면 은은한 단맛이 돌아 밥이 더 맛있어졌다. 그렇게 그해 겨울까지 완두콩을 꺼내 먹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자연스럽게 다시 심었다. 그런데 싹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한 번 파종하고, 재파종을 하고, 또다시 기다렸다. 몇 번이나 재파종을 반복하면서 마음은 조급해졌다. 처음에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던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왜 안 나오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금세 스트레스가 되었다. 파종한 양에 비해 너무 적은 수확량을 보고 있자니 그것 또한 화딱지가 났다.
결국 2025년에는 완두콩을 포기했다. 그렇게 한 해를 건너뛰고, 올해도 심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자리가 하나 생겼다. 텃밭이 예년보다 줄어들었지만, 노지에 두둑을 만들다가 작은 공간이 남았다. 비어 있는 그 자리를 보면서 한동안 무엇을 심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다른 텃밭지기들이 올린 완두콩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올해 완두콩 심으셨다는 글, 싹이 트기 시작했다는 소식들. 그걸 보는 순간, 내 팔랑귀가 팔랑팔랑 요동을 쳤다. 싹 틔우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도, 재파종을 반복하던 날들도 잊고 어느새 냉장고 안에 있던 씨앗 봉투를 꺼내 손에 쥐고 있었다.
3월 16일 저녁, 씨앗을 물에 담갔다. 다음날 아침에 골을 내고 씨앗을 심었다. 주름져 있던 완두콩은 하룻밤 사이 팽팽하게 불어 있었다. 한 구멍에 세 개씩, 30cm 간격으로 조심스럽게 넣었다. 불려둔 씨앗이 생각보다 많아 사이사이에 몇 개를 더 보태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있다. 다른 작물들보다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역시나, 쉽지 않다.
보통은 5일에서 10일 사이면 싹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2주가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밭에 나가면 가장 먼저 완두콩 자리를 바라보게 된다. 혹시라도 작은 균열이 보일까, 흙이 미묘하게 들린 자국이 있을까, 눈을 낮춰 살펴보지만 여전히 고요하다.
완두콩을 심은 다음 날, 농부님이 그 근처에서 새 몇 마리를 봤다고 했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씨앗을 새들이 먼저 알아본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물을 너무 자주 준 걸까. 혹시라도 아무것도 없거나 썩어 있을까봐 흙을 파헤쳐 보지도 못하고 있다.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따뜻한 햇살 아래 초록싹이 올라오기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기온이 더 오르기 전에 고개를 내밀어 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완두콩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