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매일 하우스로 출근해야 한다

밤호박 순치는 시기

by 농부아내


밤호박 재배방법은 농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들줄기를 키워 수확량을 늘리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원줄기 하나에 집중해 관리의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원줄기, 그러니까 어미줄기 재배다. 처음 농사를 배울 때 멘토 어르신에게 익힌 방법이기도 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리 상황과 환경에 가장 잘 맞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원줄기 재배는 중심이 되는 줄기 하나를 키우고, 옆으로 뻗어나오는 곁순(아들줄기)은 계속 제거해주는 방식이다. 모종을 심고 약 20일 정도 지나면 본격적으로 순치기를 시작한다. 이때 본잎이 손바닥만 한 크기로 5장 이상 올라왔을 때부터 작업을 해주는 것이 좋다. 너무 이르면 생육에 부담이 되고, 너무 늦으면 곁순이 무성해져 작업이 번거로워진다. 또한 첫 암꽃은 보통 11~15마디 사이에서 남기고, 그 이전에 올라오는 수꽃과 암꽃은 모두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밤호박이 충분히 자란 뒤 안정적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2026년 밤호박 재배일지

- 보배동 3월 9일 정식, 3월 29일 1차 순치기
- 보영동 3월 11일 정식, 3월 30일 1차 순치기




3월 9일에 심었던 밤호박 모종이 어느새 제법 자랐다. 잎은 넓어지고, 줄기는 눈에 띄게 힘을 받았다. 예년 같았으면 이미 순치기 작업을 시작하고도 남았을 시기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하우스 두 동을 먼저 심고, 나머지 두 동은 열흘 정도 간격을 두고 심었다. 자연스럽게 생육 속도에도 차이가 생겼고, 그 덕분에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조금 더 키워 한 번에 정리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순치기를 미뤘다. 사실은 하우스 네 동에 모종을 다 심은 뒤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3월 29일, 일요일.

집안이 아직 고요한 시간에 눈을 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길어질 작업을 대비해 팟캐스트를 틀었다. 아직 부직포 이불을 걷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먼저 보배동 좌측 창가 쪽 제초매트를 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고무망치를 들고 핀을 하나씩 박아 넣다 보니, 어느새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서늘했던 아침 공기가 빠르게 데워지고, 하우스 안 온도도 올라갔다. 손에 쥐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불을 걷고 창을 열어두니, 그제야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 들었다. 쪼그리 방석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밤호박 순치기 작업을 할 차례다.



작년까지는 1차 곁순 제거 작업을 할 때 잎이 이렇게까지 무성하지 않아, 방석을 깔지 않고 쪼그려 앉아 슥슥 지나가며 작업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잎은 넓게 퍼져 있었고, 곁순도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한 포기 정리하는데도 속도가 나지 않아 올해는 방석에 앉아 1차 곁순 제거 작업을 했다. 보배동 한 동을 끝내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렸다.


귀에서는 사람들의 수다가 계속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일상 이야기와 가벼운 웃음이 이어졌고, 그 소리를 배경 삼아 손을 움직이다 보니 작업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3월 30일, 월요일.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는, 오전만큼은 일하기 좋다는 뜻이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하우스 안 온도는 전날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학교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이 집을 나서기도 전에 나는 먼저 하우스로 향했다. 오후에는 농부님이 바빠서 내가 아이들 픽업을 가야 했다. 그 전에 일을 끝내야 했다.


보배동에서 워밍업을 했으니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몸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손을 바쁘게 움직였지만 결국 점심 전에 끝내지 못했다. 농부님과 점심을 먹고, 다시 하우스로 돌아왔다. 남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방석 위에 앉았다.


손을 움직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예년보다 조금 더 키워서 시작했을 뿐인데, 그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다 끝내고 나니, 하우스 안이 한결 정돈된 느낌이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것들이 정리되고, 중심 줄기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열심히 따라잡고 있는 녀석들


열흘이라는 시간 간격을 두고 심었지만, 이후 날씨가 좋아서인지 나머지 두 동도 벌써 풍성하게 자라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매일 하우스에 출근해야 할 시즌이다. 하루 이틀 정도는 쉬어가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열흘이라는 시간은 금세 따라잡혀 버렸다. 그래도 어제 하루 쉬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농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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