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꽃말
눈으로 즐기는 꽃을 좋아하지만 직접 가드닝을 하거나 집안에 꽃을 들이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마당에 심어보고 싶은 꽃이 바로 '수선화'이다.
수선화 구근 심는 시기
수선화는 구근식물로, 보통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심는 것이 적당하다. 배수가 잘 되는 흙에 구근을 묻어 두면 겨울을 지나 다음해 봄에 자연스럽게 발아한다.
개화 시기
3월에서 4월 사이 꽃을 피운다. 아직 공기가 차가운 이른 봄, 초록 잎 사이에서 노란 꽃이 올라오며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 중 하나다.
꽃말
수선화는 ‘자기애’라는 의미를 가진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꽃말이다.
저녁이면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 천천히 뛰거나 걷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습관을 만들고 싶지만, 어떤 날은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봄이 오는가 싶다가도 다시 찬바람이 불던 3월 초순의 어느 날,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나섰다.
마을 입구 어르신 집 앞을 지나던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뾰족하게 올라온 잎들이었다. 꽃이 피지 않았는데도 그게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맘때면 그 돌담에서 늘 보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수선화 잎이었다.
그 집 돌담은 큼지막한 돌을 낮게 쌓고, 그 위에 흙을 얹어 만든 자연스러운 화단이었다. 돌 사이사이에 흙을 채우고 그 틈에 구근을 심어 두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났다. 그중에서도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건 수선화였다. 지나가던 발걸음을 잠깐 멈추게 만드는 꽃, 그게 수선화였다.
그날 이후로 운동을 나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먼저 보게 되었다. 아직일까, 오늘은 조금 더 자랐을까. 우리집 수선화도 아닌데 자꾸만 눈길이 갔다. 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운동화 끈을 매게 했다.
3월 중순이 되자 초록 잎 사이로 꽃대가 올라왔다. 그리고 어느 날, 작은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아니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씩 변해가는 그 모습이 꽃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더 안달나게 했다.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자주 나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갈 때마다 그 자리는 늘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그러던 3월 말, 멀리서도 어딘가 달라 보였다. 헉헉거리며 달리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꽃이 피어 있었다.
노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꽃이 초록 잎 사이에서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가쁜 숨이 몰아쉬며 “이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핸드폰을 꺼내 몇 장이고 사진을 찍었다. 며칠 사이 모든 수선화가 제 색을 드러냈고, 달려야 하는데도 자꾸만 멈춰 서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 꽃은 마당 안이 아니라 돌담 바깥을 향해 피어 있었다. 집 안에만 두었다면 혼자만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자리에 심어 둔 덕분에 마을을 오가는 누구나 볼 수 있었다. 특별하게 꾸민 정원도 아니고, 무언가를 갖춰 만든 공간도 아니었다. 그저 돌 사이에 흙을 채우고, 그 틈에 구근을 심었을 뿐인데 계절이 되자 자연스럽게 꽃이 피어났다. 이것이 시골의 홈가드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수선화를 보며 나도 마당에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구근을 심어야 할 가을은 가장 바쁜 시기라, 그 다짐은 쉽게 잊힌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이 되면 다시 떠올린다. 올해도 돌담 사이에서 조용히 피어난 그 꽃을 보며 다시 다짐해본다.
올해 가을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