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 피는 시기
햇살은 따뜻한 봄이지만 아직 바람은 차가울 무렵, 꽃이 피었다고 SNS에 여기저기 사진이 올라온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매화다. 매화는 봄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꽃으로 ‘봄의 전령’이라 할 만하다.
매화꽃 피는 시기
매화꽃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2월 말부터 3월 중순 사이에 개화한다. 남부 지방은 2월 말에서 3월 초, 중부 지방은 3월 중순쯤 꽃을 만날 수 있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것이 특징이고, 흰색이나 연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가지에 촘촘히 달린다. 꽃이 지고 나면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것이 바로 매실이다. 매실은 6월쯤 수확해 매실청이나 장아찌 등으로 많이 활용한다.
매화꽃 꽃말
매화의 꽃말은 고결한 마음, 인내, 기품, 절개 등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가정 먼저 꽃을 피우는 모습 덕분에 이런 꽃말이 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화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즐겨 찾던 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약 6년 전, 마을에서 식목일이라고 집집마다 나무 한 그루씩을 나누어 준 적이 있었다. 마을 방송에서 심을 사람은 가지러 오라고 했는데 우리는 "굳이?"라는 생각에 가지 않았다. 묘목이 남았는지 이장님 댁 어머님께서 직접 갖다 주셨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가져오셔서 뿌리를 물에 담갔다가 농부님이 사과나무 옆에 심었다.
젓가락처럼 얇은 몸통이 매년 조금씩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밤호박처럼 심으면 그해에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나무의 생과 밤호박은 달랐다. 몇 번은 꽃이 피고 져야 매실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의 시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느렸다.
몇 해 동안 매화나무는 그저 조금씩 키만 자랐다. 가지가 조금 늘고, 늘어난 가지에 매화가 피었다. 거실 창에서 보면 바로 보이는 곳에 심어져 있어 아침마다 커튼을 젖히면 단아한 모습에 봄의 발걸음을 알 수 있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풍성한 꽃이 진 뒤에 잎만 무성해질 뿐 매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3년째 되던 봄, 아쉬움에 매화꽃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올 때였다. 드디어 작은 매실 2~3개 보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눈에 들어온 매실이었다. 2~3개밖에 되지 않아 그 희소성은 명품백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해 태풍에 매실이란 놈은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그 뒤로는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내 뜻대로, 내가 결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꽃이 조금 피면 그것대로 반갑고, 그냥 잎만 무성해도 그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과나무 옆에서 바람을 같이 맞으며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2년 전에 마당에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매실나무가 걸리적거려 바로 반대편인 대문 옆으로 옮겼다. 이제 곧 열매가 열릴지도 모르는데 옮겨도 괜찮을까, 뿌리를 내릴까, 죽지는 않을까. 괜찮다고 여겼던 마음들은 또다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
다행히 5년째 되던 작년 봄, 그 나무는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지마다 멀리서 봐도 하얗게 보일 정도로 많은 꽃이 피었다. 요녀석이 이제야 결과물을 보여 줄 생각인 것 같았다. 꽃이 지고 나서 한참 뒤, 가지 사이에서 작은 초록색 열매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매실이었다.
그해 여름 우리는 처음으로 그 나무에서 매실을 수확했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매실청을 담기에는 충분했다. 바구니에 매실을 담아 씻고, 꼭지를 따고, 설탕을 섞어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았다. 첫 수확한 매실로 담그는 나의 첫 매실청이었다. 유리병 속에서 초록 매실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처음 그 묘목을 받아 심었던 날부터 계산하면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매화는 다섯 번을 피고 지고, 올해도 역시 2월 중순쯤 꽃봉오리가 보이고 작은 꽃이 하나가 피었다. 농부님의 온실 프로젝트가 마당의 화단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작은 꽃 몇 개가 피어 있는 채로 하우스 뒤편으로 옮겼다. 꽃을 보려면 긴 하우스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풍성하게 피어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화의 꽃말 중 하나가 '인내'라고 한다. 처음 검색해 보고 알게 된 그 꽃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꽃이 피기까지도 기다림이 필요하고, 열매를 만나기까지는 더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쩌면 농사도, 일상도 그와 조금 닮아 있는 것 같다. 노력한 만큼 바로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돌아보면 작은 열매 하나쯤은 맺혀 있기 때문이다.
봄의 전령 "매화"를 보며 "인내"를 배우고, 꽃이 질 무렵 농사가 시작되면 또다시 "기다림"을 배운다. 내 주변의 시간은 이렇게 차분하게 흘러가는데, 나의 조급함은 그것보다 훨씬 독한 것 같다. 하우스 뒤 매화꽃을 보며 올해 수확하게 될 매실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