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애호박 모종 심는 시기

by 농부아내


애호박은 키우는 재미와 수확하는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작물이다. 적절한 시기에 심기만 하면 생육도 안정적이라, 텃밭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


애호박은 재배 환경에 따라 모종을 심는 시기가 달라진다. 노지 텃밭에 심을 경우에는 늦서리가 완전히 지나간 이후, 보통 5월 초순이 가장 안전하다. 반면 비닐하우스라면 4월 중순부터도 심을 수 있다. 전문 농가에서는 훨씬 빨리 심기도 한다.


덩굴성 작물이라 줄기가 옆으로 넓게 퍼지며 자라기 때문에, 한 포기당 최소 40~50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한다.


2026년 애호박 재배일지
- 4월 8일 아주심기




농부님이 밤호박을 육묘하는 비닐하우스에 텃밭을 분양해 준 뒤부터, 나는 해마다 애호박을 심고 있다. 애호박을 선택할 때는 큰 고민이 없었다. 밤호박도 키우는데 애호박쯤이야 싶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키워보니 정말 수월했다. 한 번 수확이 시작되니 이틀에 한번씩은 몇 개씩 따게 되어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처음 애호박을 심었던 해에는 모종 두 개를 심었다. 밑반찬으로도 먹고, 국거리로도 쓰고, 여기저기 활용하면서도 계속 남았다. 문제는 ‘남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집집마다 텃밭이 있는 시골 마을이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애호박은 이미 충분했다. 나눔이라는 게, 상대가 필요할 때 의미가 있는 건데 괜히 '처치곤란'을 떠넘기는 기분이 들어 드리지 못했다.


수확이 많다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언제나 그렇듯 '적정량'이 제일 어려웠다. 그렇게 몇 번 더 따다가, 더 두었다가는 힐링으로 시작한 텃밭이 지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애호박은 적당히 마무리했다.



작년에는 달랐다.

생일 선물로 농부님에게 가정용 식품건조기를 받았다. 수확한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려두니, 계절이 지나도 이어서 먹을 수 있었다. 겨울과 초봄, 텃밭이 한산해질 때쯤 꺼내 먹는 말린 애호박은 생각보다 든든했다. 그 덕분에 과잉생산의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도 두 개의 모종을 심었다. 식품건조기의 위력을 실감한 만큼 잉여는 걱정이 없었다.


좌 : 4월 8일 / 우 : 4월 12일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서둘렀다. 4월 초순, 아침에 서리가 내린 다음 날이었다. 아무리 비닐하우스에 심긴 해도 낮은 밤기온과 서리는 애호박에겐 쥐약이었다. 다행히 모종 심기로 한 날, 낮 기온이 꽤 올랐다. 그래서 전날 내린 서리가 마지막 서리이길 바랐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자리를 잡아줬다. 올해도 50cm 간격을 두고 심었다. 덩굴식물답게 서로 얽혀서 자라는게 습성이지만, 되도록이면 겹치지 않게 넉넉하게 띄워서 심었다.


밤기온이 기대만큼 크게 오르진 않아서 다음 날 아침에 하우스로 들어가 가장 먼저 애호박부터 확인했다. 잎이 축 처져 있지는 않은지, 줄기가 힘없이 꺾이지는 않았는지. 다행히 잎은 짱짱하게 버티고 있었다.


올해 애호박 재배의 목표는 9월, 10월까지 키워 보는 것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텃밭이지만 최대한 늦게까지 심어두고 수확을 해보고 싶다. 식품건조기의 맹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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