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멜론 키우기
멜론은 노지 텃밭보다는 비닐하우스 재배가 유리하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울 경우 2월 말에 파종해 모종을 만들고, 3월 말에 옮겨 심으면 된다. 노지 재배의 경우 늦서리가 완전히 지난 뒤 모종을 심는 것이 안전하다. 수박을 심는 시기와 맞춰 함께 심으면 관리하기에도 수월하다.
20206년 아기멜론 재배일지
- 4월 10일 직파
작년엔 하우스 텃밭에 공간이 여유가 있어 꽤 많은 멜론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많은 양의 아기멜론을 수확하고 열심히 장아찌를 만들었다. 여느 장아찌들보다 짜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으니 쉰내가 나며 상하곤 했다. 그래서 냉장고에 줄 서 있는 아기멜론 장아찌들을 보며 언제 다 먹나 잠깐 고민을 했었다. 그러던 중 친정아버지가 밥을 제대로 드시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가끔씩 죽을 만들어 장아찌와 함께 갖다 드렸다.
하우스에서 일하고 잠깐 쉬면서 평상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아빠' 부재중 2통.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너무 놀랬다. 평소 먼저 전화를 하시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스쳤다. 뒤늦게 다시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다. 손이 미묘하게 떨렸다. 별일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괜한 예감이 자꾸 올라왔다.
결국 가족 단톡방에 물어봤고, 넷째 언니가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잠시 뒤 돌아온 말은 단순했다.
“장아찌 다 먹었다고, 그거 가져 오래.”
바지런히 수확해 간장물에 절여서 열심히도 만들어 마지막 장아찌까지 아버지가 맛있게 드셨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텃밭에 멜론은 못 심을 것 같았다. 맛있게 드셨을 아버지를 떠올리니 마음이 아려와 심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상실의 슬픔이 피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다시 꺼내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아찌를 다시 담그면, 그 시간을 다시 한 번 지나가게 될 것 같았다. 그게 꼭 나쁜 일은 아닐 것 같았다. 멜론을 키우면서 아버지를 떠올리고 울기도 하겠지만 그러면서 슬픔을 흘려보내리라 여겼다.
누군가는 왜 멜론을 끝까지 키우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판매용으로 하우스에서 키울 때는 시기에 맞춰 비료도 주고, 물을 조절하면서 당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때의 멜론은 정말 천상의 달콤함이었다. 하지만 텃밭에서 키운 멜론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해도 단맛은 거의 없고 밍밍해서 맛이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완전히 익히는 대신, 어린 상태에서 수확해 장아찌를 만들기로. 그게 더 나았다.
비닐하우스에 직파하더라도 기온이 올라야 싹이 트니 매년 4월 초순에 파종했다. 올해도 4월 10일, 하우스에 씨앗을 넣었다. 60cm 간격으로 구멍을 만들고, 두개씩 넣고 흙을 덮었다. 작년에는 씨앗을 물에 불렸지만, 올해는 그냥 그대로 심었다. 대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줬다.
파종 후 9일째 되던 날, 드디어 나의 물 수발이 빛을 보았다.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더니 4월 23일, 13개 중 8개에서 싹이 나왔다. 나머지는 이번주까지 기다려볼 생각이다. 며칠 더 물을 주고도 올라오지 않으면, 그만 포기하련다. 8개만 키워도 충분하다. 아기멜론은 주렁주렁 매달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