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22일, 2박 3일 제주도 가족여행
우리집 1번은 책 읽기를 즐긴다. 온 가족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고 있다. 딸아이의 책장에는 한때 온통 그리스 신화 관련 책들로 가득했던 적도 있었다. 신들의 계보를 외우고, 영웅들의 모험을 따라가며 흥미를 느꼈던 아이였다. 그래서 재작년 제주 여행을 계획할 때 그리스 신화 박물관을 가보자고 말했지만, 아이는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아이가 먼저 그리스 신화 박물관에 가보자고 이야기했다. 이제서야 관심이 생긴 걸까? 기대감을 안고 방문했다.
박물관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지만, 곳곳에서 관리 부족의 흔적이 보였다. 처음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 등 유명한 신들의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낡아 보이는 조형물은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있었다. 조형물을 보고 간략한 설명들을 읽으며 관람했다.
박물관에 오면 아이가 그리스 신화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할 줄 알았는데 정작 입을 뻥긋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설명 내용을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쫑알쫑알 이야기했을텐데, 정작 박물관에서는 조용했다. 그동안 읽은 책들은 무쓸모였던 걸까? 아이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설명을 읽어보고 모르는 척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나의 짧디 짧은 그리스 신화 지식으로는 불가능했다. 책으로만 보던 것을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안타까웠다. 아이의 쫑알거림은 포기하고 즐기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는 의상 체험,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그런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변신할 수 있는 의상 체험이 가장 기대되었는데 실망스러웠다. 스탬프 투어도 장식만 남아 있을 뿐, 종이를 찾을 수 없었다. 기대했던 체험들이 빠져 있어 아쉬웠지만, 다행히 숨은그림찾기 코너가 조형물마다 있어 그나마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가족 모두가 몰입해 벽면 곳곳에 숨겨진 신화 속 인물들을 찾았다.
전체적으로 시설이 다소 노후되고, 방문객들이 즐길만한 컨텐츠 개발이 절실해 보였다. 단순한 조형물과 텍스트 설명만으로는 아이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AR이나 VR 같은 기술을 활용해 신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등의 노력이 더해지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날씨가 좋지 않거나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상황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 미리 체험 프로그램 운영 여부는 확인해 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1월 20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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