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횟집을 하시던 중학교 때 내가 가장 많이 먹던 회는 아이러니하게도 냉동 한치회였다. 당시에 광어회 한 접시가 7~8만 원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부모님 가게에 놀러 가도 생선회라곤 손님상에서 남은 몇 조각을 어쩌다 먹을 뿐이었다.
대신 갈 때마다 아버지가 아낌없이 주던 회가 있었는데 바로 냉동 한치회였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냉동실에서 한두 덩이씩 꺼내어 바로 썰어만 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횟집에서는 한치회를 보기가 힘들다(제주도에서는 흔하지만). 양식기술 발달로 다른 횟감들의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일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치회를 검색하면 냉동 한치회를 판매한다. 가격도 1kg에 1~2만 원 선으로 저렴하다. 주로 수입산이 많은데, 3~4천 원 더 비싼 국내산이 있다. 옛 생각도 나고 해서 냉동 한치를 주문했다.
이렇게 롤로 얼린 상태며 손질이 다 되어 있고 다리는 없는데, 딱 어릴 적 부모님 횟집에서 봤던 그 모양이다. 1kg에 10~12개 정도의 한치가 들어있고, 3~4번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 개 크기는 이 정도며, 1인분이면 3개 정도가 적당하다.
자연해동시켜도 되고, 소금물에 담가 녹여도 된다. 녹은 한치는 해동지나 키친타월로 물기를 잘 닦아낸다.
먼저 소스를 만들어 두었다.
고추장 1, 초고추장 3, 고춧가루 0.5, 참기름 1, 식초 5, 다진 마늘 1, 깨 1
위 소스는 대략 0.8kg가량(한치 롤 9개)에 쓰인 양이므로, 적당히 잘 조절해서 만들어보자. 약간 매울 수 있으므로 고춧가루와 고추장은 조금 적게 넣어도 된다.
야채는 오이, 당근, 양파, 깻잎, 상추를 준비했다. 채를 썰어서 준비해 주었다.
소면도 조금 준비해 보았다. 끓는 물에 4~5분 정도 삶은 후 찬물에 헹구어서 물기를 빼면 끝이다.
이제 한치회를 썰어보자. 국수처럼 얇게 썰어도 되고, 사진처럼 두껍게 썰어도 된다. 본인 취향에 맞게~
야채를 깔고 한치회와 소면을 올린 후 소스를 뿌려주는 끝이다. 이 상태로 비벼 먹어도 왠지 맛있을 것 같지만, 물회니까 물을 넣어보자.
얼음 몇 개 넣고 물을 부어주었다.
찹찹 비벼서 물회를 완성한다.
회와 야채가 남아서 비빔회로 먹으려고 또 한 접시를 차렸다.
이렇게 쌈을 싸서 먹어도 좋고, 비벼서 먹어도 맛있다.
비싼 참치회나 고급스러운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저렴하면서 자극적인 맛도 좋다.
1kg 정도면 한 가족이 충분히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가끔 한잔 생각날 때 바로 꺼내서 먹을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