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땡겨 박주명 Jun 07. 2017

[1부] 바다에서 식탁까지, 인천배낚시

돈 주고 쌩 고생하기

배낚시를 다녀왔다. 

수도권에 살면서 그나마 가깝게 다녀올 수 있는 배낚시는 인천인데 개인적으로 이 곳은 꽤 오래전부터 이용했었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다녀본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낚시가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인천배낚시는 인천남항부두에 있으며, 검색해 보면 꽤 많은 곳이 나온다. 태안이나 이런 곳과 달리 인천 쪽은 나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어떤 배를 타도 대부분 친절하다.(이상하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다)

배마다 요금제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세 가지로 통일되어 있다.


1. 시간제 배낚시

오전/오후로 나누어 2번 출항하며 오전은 8시~12시, 오후는 13시~17시이다. 대략 4시간 정도이며 낚시하러 배가 이동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실제 낚시 시간은 2시간 남짓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연인들이나 초보자들이 체험 삼아하는 낚시라고 보면 된다. 가격은 보통 4만 원이고, 낚싯대를 제외한 채비들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낚싯대는 1만 원에 대여)


2. 맞춤형 배낚시

시간제 배낚시가 너무 짧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오래 낚시하는 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데 6~7시에 출항해서 3~4시에 돌아온다. 아침으로 라면을 주고, 점심으로 매운탕을 주는데 반찬이 꽤 훌륭하다. 시간제 배낚시에 비해서 꽤 멀리 이동하기 때문에 조과도 나름 나쁘지 않다. 가격은 6만 원 정도.


3. 종일 배낚시

시간제와 맞춤형을 경험했다면 이제 진짜 고생길을 체험해야 할 때다.

새벽 4~5시에 출항하여 오후 4~5시에 돌아오는 종일 배낚시는 낚시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주로 탄다. 12시간 동안 배에서 쌩고생을 하는 배다. 역시 아침/점심이 제공된다. 가격은 7만 원.


이 외에도 가라앉은 배가 있는 곳에 가서 낚시하는 침선 낚시나 특정 인원만 모아서 특정 포인트로 이동하는 배도 있고, 단체로 단독으로 배를 빌리는 것도 있다.



정말 오랜만에 낚시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종일 배낚시를 다녀왔다.

이제 그 고생길을 한번 보자.


이날은 평일이고, 새벽 2시다. 새벽 2시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ㅋㅋ

종일 배는 보통 새벽 4시까지 도착해서 승선명부를 작성해야 하는데, 적어도 새벽 3시 이전에는 도착하는 게 좋다. 왜냐면 3시부터 이곳은 주차 지옥으로 변하니까..


일찍 왔으니 미리 배에 가서 자리도 잡아 놓는다. 주말에는 자리잡기 싸움이 치열한데, 자리에 저렇게 낚싯대를 꽂아놓으면 선점 효과를 갖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심지어 전날 저녁에 와서 자리 선점하고 배에서 아예 자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배 아래쪽엔 넓은 방이 있다. 일찍 왔으니 구석 자리에 이불을 깔고 자리를 선점한다. ㅋㅋ


새벽 3시..

차들이 밀려오면서 점점 주차 지옥이 되어 간다. 겹치기 주차는 기본이기 때문에 한번 주차하면 나가고 싶어도 배들이 들어오는 오후 5시까지는 나갈 수 없다.


새벽 4시.

슬슬 배 이모가 라면을 끓일 준비를 한다. 이때쯤이면 인천항 부두에는 시장 바닥처럼 사람들이 북적인다.


주방 쪽에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만 난 혼자 왔으므로 라면을 들고 나와서 먹는다. 저 종이컵에 담긴 건 당연히 소주다. 

이때쯤이면 해양경찰이 배들을 순찰 돈다. 원래 배에서 음주는 불법이기 때문에 술 먹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러 돌아다닌다. 예전에 어떤 배에서 양주를 먹다가 해경에게 빼앗기는 것도 보았다. 불법이라고 하지만 배가 출항하고 나면 통제가 안되므로 실제 낚싯배에서는 누구나 술을 마신다. 


낚시 포인트로 이동하기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한숨 자야 한다. 위생적이지도 않고, 불편한 잠자리지만 워낙 일찍부터 나왔기 때문에 다들 꿀잠을 잔다.

이 날은 거의 2시간 반을 이동했다. 도착할 때쯤 선장님이 방송으로 일어나시라고 친절하게 깨워주니 맘 편히 자면 된다.


포인트에 거의 다 와갈 때쯤이면 갈매기들이 따라붙는데 낚시꾼들이 던져주는 과자나 미끼들을 곧 잘 받아먹는다. 


채비를 준비해야지. 이때가 가장 설레는데 마음만은 이미 만선의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보통 몇 시간 가지 않아 헛된 꿈임을 깨닫게 된다. ㅎㅎ


낚시 시작.

이때부턴 그냥 기계적인 낚시 밖에 없다. 모든 건 선장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낚싯대 내리라면 내리고, 올리라면 올린다. 옆에서 환호성이 터지면 뭐 잡았는지 한번 쳐다봐 주고, 내 미끼를 갈고 낚싯대를 내린다. 가끔 옆사람과 낚싯줄이 엉키기도 하지만, 워낙 일반적인 일이라 누구 하나 짜증을 내지는 않는다.

이 짓을 3~4시간 하고 나면, 점심이 나온다. 주로 매운탕에 제육볶음에 반찬 몇 가지인데, 배에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늘 맛있었다. 


점심쯤 되면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가 확연히 드러난다.

성공한 자들은 이모에게 고기를 건네주고 회를 떠서 소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실패한 자들은 갖고 온 과자에 맥주를 마시면서 계속 낚시를 하거나 포기하고 방에 들어가서 잠자는 부류도 있다. 


그리고 여기 회로 뜨기도 뭐한 애매한 사이즈만 잡았고 잠도 자고 싶지 않은 나 같은 부류가 있다. 화장실 갈 때와 밥 먹을 때 빼고 계속 전투적으로 낚시를 한다. 언젠간 먹을만한 게 잡힐 거라 기대하며..


종일 배낚시는 꽤 멀리 이동하기도 하고 수심도 깊은 곳도 가기 때문에 낚싯대 감아올리는 팔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프다. 줄을 자동으로 감아주는 전동릴을 쓰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배는 철수한다. 

철수할 때쯤에는 남은 미끼를 바다에 버리기 때문에 갈매기들이 미친 듯이 모여든다. 정말 징그러울 정도다.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면 차들이 이렇게 주차되어 있다. 앞 차가 나가기 전까진 모두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배 철수 시간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20~30분 내로 차들은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집에 가면 저녁 7시쯤. 꼬박 20시간 가까이를 보내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 지친다.

하지만 그냥 잘 수는 없지..







살어자가 되어보자.


2부에 계속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운 겨울에 즐기는 한치 물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