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agazin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씨 Aug 11. 2017

미디어로써의 화보는 어디로 가야하나

답은 전혀 모르겠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잡지의 다양한 전달방식 중 시각적 요소에 크게 비중을 두는 사람이다. 같은 물건을 소개하더라도 그냥 누끼컷만 사용하는 거랑 실물 제품컷을 두는 것, 그리고 제품을 화보에 섞는 것의 차이는 크다. '어떤 것이 낫다'의 영역이 아니라, 상황별로 어떤 걸 사용해야하나 고민해야하는 영역이다. 개인적으로는 화보에 섞는 걸 좋아하는데, 크게 시간, 노고가 드는 화보컷을 쓰는 건 어떠한 기대에 기반한다. 나의 경우는 제품의 기획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메타포로 심고, 독자가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화보는 에디터가 설계하고, 피사체가 표현하고, 포토그래퍼가 기록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이 3가지 요소는 상호간 동일한 것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에디터는 메세지를 만들고, 메세지를 전달할 방법을 찾고, 의미를 심는다. 피사체는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포토그래퍼는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한다. (그래서 내셔널 지오 사진_나는 화보라고 부른다_은 피사체의 연기가 필요가 없다. 대신 에디터/포토는 자기 의도에 맞는 피사체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하나의 메세지를 가진 사진, 그러니까 화보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요즘 너무 심하다. ~~'라는 식의 글을 가끔 보는데, 화보 리터러시는 그냥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화보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소품에 담긴 메타포는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보도 분명 메세지가 담긴 하나의 미디어인데, 메세지가 담겨있다는 사실조차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시가 VOGUE 8월호에 게재된 장윤주님(에스팀)의 복귀 화보다. 특히 이불을 둘러싸고 찍은 화보는 포털에서 완전히 비웃음 거리가 되었지만, 사실 무척이나 잘 만든, 잘 구성된 화보다. 메타포도, 표현하는 바도 명쾌하고 어렵지 않게 보여주었다. 여러 컷으로 구성된 화보임에도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았고, 심지어 그 부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물론 그 이전에 '화보에 의미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게 더 큰거 같지만...


    잡지의 화보 기사는 예술적 미디어, 즉 예술과 미디어의 혼합물이다. 그런 탓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어쩌면 기획자의 의도따위의 것은 해석자가 완전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다. 심지어 독자에게 기획자의 의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얼마나 명확하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좋은 화보와 아닌 화보의 기준이 된다. 다만, 그릇된 해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은 얘기가 다르다. 메세지가 전달되지 못한다면 화보의 미디어적 성질은 파괴된다.


    대중들에게 미디어로써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화보는 예술로써의 역할만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중에서 더 멀어지게 되고, 개념 자체와 관련 종사자들은 판타지화 되었다. 사람들이 좋은 화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메세지가 무엇이고, 어떻게 전달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느낌있는가'로 바뀐것도 하나의 사례다. 결국 정작 화보에는 '이게 뭐야ㅋㅋㅋㅋㅋ'라고 댓글을달면서 에디터,포토그래퍼, 모델가 작업 중인 모습을 담은 포스팅에는 '완전 멋짐..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댓글이 달리고, (분명 스냅사진인데, 이름만 화보라고 지은) 화보 촬영 이벤트에 수백명이 몰린다. 결과물에 대한 소비와 이해는 점차 낮아지지만, 관념자체와 생산자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동경의 대상이 된다.


    오해가 있을까 싶어 말하지만, 이는 독자의 잘못이 아니다. 사실, 누구도 '화보를 소비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놓고 제대로 소비하지 못한다고 화내는 것도 우습다. 하지만 정말로 화보가 그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면, 이미 화보가 미디어라는 개념 자체가 부정받는 시기에서 미디어로써의 화보는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잘못을 탓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고칠 건지를 고민해야하는 시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