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토론 주제였다.
요 며칠간 김윤우형과 글과 화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짧게 정리하기 위해 쓴다.
-
#01 아무래도 형이 포토다 보니 ‘좋은 화보는 뭘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좋은 화보’라는 논의를 하기 전에 이야기되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화보는 뭘까’라는 주제다.
#02 워낙에 내가 자주 해왔던 이야기라 좀 지겨울 수도 있지만, 화보는 기본적으로 미디어다. 정말 쉽게 말하자면, 메세지가 담긴 사진이다. 기사와 같다. 글에 메세지가 담겨야 기사가 되듯, 화보에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03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메세지가 정확하고, 사람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어야하고, 잘 읽혀야한다. 화보도 마찬가지다. 메세지가 정확해야하고, 사람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거기에 이뻐야한다.
#04 형과 했던 주된 논의가 ‘화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워낙에 르데뷰이들에게 ‘화보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탓에 나온 이야긴데, 물론 당연히 화보의 아름다움은 중요하다. 화보가 이뻐야 ‘잘 나온 화보’다. 하지만, 이쁘다고 ‘좋은 화보’는 아니다.
#05 ‘화보를 얼마나 보기좋게 만드냐’는 ‘기자의 글빨이 얼마나 좋냐’과 동치된다. 에디터의 재능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냥 글빨만 좋다고 좋은 글이 아니다. 메세지는 뭐고, 그 메세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구성과 장치를 심어놨는지가 빠지면 그냥 ‘잘 쓴 글’이나 ‘잘 나온 화보’이 된다. 애초에 미디언데, 메세지 부분이 빠지면 그냥 보기 좋은 사진이다.
#06 물론 의미부여만 잔뜩 때려붓는다고 되는 건 아니다. 과잉은 언제나 모든 걸 망친다. 믿어도 된다. 의미과잉으로 화보를 조져봤다. 과잉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보기에 안 좋으면, 그냥 ‘의미있는 화보’인거다. 근데 꼴도 보기 싫은 거지. 절대로 좋은 화보는 못 된다.
#07 심미성으로도 화보가 성립되지 않나. 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글쎄. 그럼 인스타에 작업을 올리는 (다소 논란이 있다) H포토그래퍼의 예시로 반박할 수 있다. 진짜 사진을 잘 찍는다. 솔직히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섹스의 가치’에 대한 작업물이라고 해놓고, 촬영대상은 그저 여성뿐이고, 심지어 여성을 수동적 입장에 두고 촬영하며, 도구화시키는 그의 작업물이 ‘좋은 화보’라고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심미성에만 집중한다면 그건 이미 훌륭한 화보일텐데.
#08 윤우 형과 이야기했던 건 이 정도. 뭐 매번 비슷한 얘기다. 절반은 이런 개념에 대한 이야기, 나머지 절반은 화보들 크리틱하고 이렇게 했어야했다는 이야기. 아 서로 애인 자랑도 한다. 오호호.
#09 사진은 나와 포토 윤우형, 태영누나 메이크업, 에스팀 현중이가 모델 해준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