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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씨 Sep 01. 2017

대체 패션위크에 왜 갈까

패션피플은 비관주의에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서울 패션위크 S/S 2018이 어느새 한 달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지난 패션위크를 이야기해본다.


헤라 서울 패션위크 F/W 2017, 2017 3 22 - 2017 3 26


 한동안 DDP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즉, 서울패션위크가 한창이었다는 말이다. 항상 주최 측은 일반 관람객과 프레스, VIP 출입구를 구분해둔다. 그래서 프레스나 VIP는 딱히 줄을 서지 않는다. 그래서 좀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다. 쇼에 늦을까봐 급하게 들어가는 와중에도 일반 관람객 출입구에 줄 서 있는 사람들과 VIP, 프레스 출입구를 통해 입장하는 사람들의 옷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일반 관람객은 흔히들 말하는 ‘패션피플’이 참 많았다. 프레스나 VIP들이 수수해보일 정도로.


 이런 말을 하면 좀 재수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서울패션위크는 업계의 행사다. 매체, 디자이너, 인플루엔서가 한국 패션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브랜드는 쇼를 통해 방향성과 정체성을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평가에 따라서 다음 시즌이 결정된다. 아직 여름은커녕 봄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17 F/W를 런웨이에 올리는 이유다.


 업계의 행사이니만큼, 일반 관람객을 위한 배려나 준비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사실 첫 줄(이하 퍼스트 로)이나 두 번째 줄 이상에서는 준비된 의상의 퀄리티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대부분 일반 관람객을 위해서 준비된 자리는 4번째 로 혹은 그 뒤쯤 되는 자리다. 의상의 디테일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냥 ‘아, 모델이 저런 옷을 입고 있구나.’ 하면서 넘어가게 될 뿐이다. 그나마 패션디자인학과나, 의상학과 학생들의 경우에는 옷만이 아니라 쇼의 구성과 배치에 대한 이해도 공부다. 그래서 그들은 ‘공부를 위해 온다’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그저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이른바 ‘패피들’은 배려도 받지 못하고, 사지도 못할 옷을 보기 위해 올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럼 대체 왜 오는 걸까

올댓스타일 사진자료.

 위에서 말했듯, '배려받는' 매체, 인플루엔서, 디자이너에 비해 '배려받지 못하는' 패션피플은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치장한다. 그들에게 패션위크는 일종의 기회다. 업계 종사자와 수많은 포토그래퍼들이 패션위크에 온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시선에 들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1년에 단 두 번, 일 주일간 진행되는 기회라는 거다. 이 시기의 패션피플은 자신의 만족이 아니라 타인의 만족을 위해 필사적으로 치장한다. 암컷의 선택을 받으려 애쓰는 수컷 공작과도 같다.


 20대인 우리 세대가 가진, 다른 세대와의 차이점은 비관주의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이 DDP를 찾는 패션피플을 ‘관심종자’라면서 비난한다.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쓸 텐데. 어휴, 관종.’이라면서 말이다.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 중 ‘혹시나 선택받을지 모른다’며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다듬고, 꾸미고, 정제해 한 없이 낮은, 1%의 가능성의 기회를 노리는 모습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관종이라고 생각해버린다면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신경쓴다. 패션피플이 포스팅되는 게시물은 여러 번 공유되고 소비된다. 은연중에 그들의 긍정에 물드는 거다.


 어쩌면 정말로 관심을 갈구하는 욕망에서 나온 관종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떤가? 그것 역시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가능성에 도전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패션피플들은 비관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패션피플의 ‘일말의 긍정’을 좇는 행동을 응원한다. 그들은 우리가 ‘긍정을 좇는 사람들을 관종이라고 평가해버릴 정도로’ 비관주의에 푹 젖어있음을 나타내는 지표고, 동시에 만연한 비관을 깰 수 있는 송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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