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인간의 해외에서 한 달 살아남기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하는데

by 새벽숲

나는 ENFP 인간이다. 그 말인즉슨, 무언가를 꼼꼼히 계획하고 모든 요소를 세부적으로 챙기는 유형의 인간이 아니다.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마주친 상황에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생각보다 좋은 점은 문제 상황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매일의 일상이 거의 대비되지 않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


ENFP 인간이 좋아하는 여행 방식은 '걸으면서 마주치기'다. 소위 '핫플레이스'를 미리 검색해서 찾아가기보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내딛다가, 들어가고 싶은 로컬 카페, 음식점, 편집샵 등을 마주치면 끌린 듯 들어간다. 여태껏 해온 국내외 여행들도 대체로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 될 수도 있는 여정이었기에 준비를 해야 했다. 혼자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낯선 감각이 P 인간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클로드와 함께 한 여행 준비

AI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발리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것은 클로드에게 대뜸 물어보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 '발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까지 생성해 체계적으로 준비해보려 했다. 프로젝트 설명란에는 '발리에 한 달 이상 살면서 앞으로의 인생 방향도 정하고 요가도 하고 그러려고 해'라고 적었다.


방향성을 설정한 뒤 클로드에게 건넨 첫 질문은 '발리 한 달 살이에 맞는 여행 가이드라인을 달라'는 것이었다. 관광이나 힐링보다 실제 도시를 살아보는 느낌으로 주문했고, 나의 충직한 클로드는 로컬 스타일로 살기에 적합한 지역 몇 곳을 추천해 줬다. 교통편, 예산, 날씨, 출입국 가이드라인도 함께였다. 물론 나는 클로드의 말을 반은 듣고, 반은 듣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으니까.


해외 한 달 살기의 대명사가 된 발리

사진_새벽숲

발리에서 한 달 살기는 노마드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구글 검색,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찾아보면 정보가 차고 넘치지만, 내용이 혼재돼 있어 정리본이 필요하다. 다음 발리 여행을 하게 될 나를 위해, 그리고 발리에 사는 노마드를 꿈꿀 이들을 위해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헷갈렸던 것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팁들, 발리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만 간략히 정리해 본다.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표 사이트,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들, 숙소 선택법 등이다.



발리 장기 여행 A to Z


0. AI와 '잘란잘란 인도네시아'

클로드와 챗GPT 등 AI의 도움을 기본으로 활용하고, '잘란잘란 인도네시아'라는 네이버 카페의 인기글과 발리 여행 TIP 페이지를 간략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심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을 덜어내는 첫 번째 방법이다.


1. 발리 공항 이름

우리나라에서 발리행 탑승권을 발권하면 '덴파사르 공항'으로 표기되지만, 정확한 명칭은 응우라라이 공항이다. 덴파사르는 이 공항이 위치한 발리주의 수도 이름으로, 공항 코드는 DPS다. 해외 여행사 등에서 공항 표기가 다를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알아두기를 권한다.


2. 입국 비자와 출입국 신고, 그리고 관광세

가장 기본적인 여행자 비자는 B1 비자로, 기본 30일 체류에 1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60일까지 머물 수 있다. 여행을 즐기다가 60일 이상 머물고 싶어 진다면, 비행기로 멀지 않은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들르는 식으로 한 번 출국했다 재입국해 비자를 새로 발급받는 방법도 있다.


비자 발급은 인도네시아 전자 입국 관리 홈페이지인 '올인도네시아' 공식 사이트에서 출입국 신고와 함께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다수의 블로그나 AI는 E-VOA 시스템으로 비자 발급을 안내해 주는데, 실제 진행해 보니 페이지 오류 등으로 결제에 실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올인도네시아에서는 출발 3일 전부터 출입국 신고가 가능하며, 신고서 작성을 마치면 공항에서 사용할 수 있는 QR 코드가 발급된다. 이후 입국 비자 신청 페이지로 연결되며, 리턴 티켓 정보를 입력한 뒤 한화 약 4만 원 대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면 비자 발급이 완료된다. 발급된 비자는 PDF로 저장해 두면 된다. 나의 경우 출국 당일 인천 공항에서 체크인과 수속을 마친 뒤,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이 5분도 안 걸려 출입국 신고와 비자 발급을 한 번에 끝냈다.

주의할 점은 올인도네시아 홈페이지로 착각하기 쉬운 대행 사이트들이 존재하며, 이 사이트들은 별도의 수수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입국 신고 과정에서 비용 결제나 카드 정보 입력을 요구한다면, 올인도네시아 공식 사이트(https://allindonesia.imigrasi.go.id/)가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라. 한편 한화 약 1만 3000원 상당의 발리 관광세(Love Bali)는 공식적으로 의무 납부 항목이다. 입국 현장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잦고 납부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는 후기가 많지만, 납부 의무 자체는 유효하다.


3. 숙소

장기 체류의 특성상 숙박비가 비싼 곳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혼자 여행하는 만큼 치안이 불안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을 택하기도 어렵다. 나는 주로 아고다와 에어비앤비를 함께 살펴보며 가격과 위치, 청결도 등의 리뷰를 비교했다. 같은 숙소를 여러 예약 플랫폼에서 비교해 봤을 때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편리한 예약 관리를 위해 아고다를 주로 이용했고 아고다에 입점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나 개인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알아봤다.

숙소 예약 시 팁은 많은 일수를 한꺼번에 예약하기보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고 괜찮으면 연장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초반 며칠 정도만 미리 예약을 하거나, 예약 취소·변경이 가능한 옵션으로 결제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4. 유심

잘란잘란 인도네시아 카페를 살펴보면 현지 유심과 관련해 '유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판매자가 많이 언급된다. 그는 한국 체류 경험이 있는 발리 현지인으로, 현지 통신사 1위 텔콤셀 유심을 판매한다. 나는 한 달 동안 총 23GB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택했는데, 한화 약 1만 5000원 수준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이 정도면 한 달 사용에 충분하며, 현지 유심이 이심보다 통신환경이 안정적이라는 후기가 이어진다. 개인을 통해 구매하고 싶지 않다면 한국에서 미리 구매하거나 현지 마트, 시내 곳곳의 대리점 등에서 살 수 있다. 공항에서도 판매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5. 노마드 라이프를 위한 준비물

단기 여행이 아닌 장기 체류, 나아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짐을 꾸릴 때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노트북과 각종 디지털 기기 충전기, 보조배터리 등은 필수다. 또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떠난 여행이 아니더라도, 발리에서는 기록하고 싶은 순간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올 것이기에 핸디한 액션 카메라, 무선 마이크, 삼각대 등 촬영 장비들을 챙겨두면 유용하다.


비상약도 준비하자. 발리는 덥고 습한 기후와 수질 탓에 '발리 밸리(Bali Belly)'로 불리는 배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소화제와 지사제, 두통약 등 기본적인 상비약은 물론, 평소 복용하는 비타민이나 피로 회복제를 함께 챙기면 좋다. 피부 트러블을 예방하기 위해 샤워 필터를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는 최소 두 장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카드 분실이나 결제 오류에 대비해 서로 다른 카드사로 나눠두면 좋다. 현지 ATM 수수료가 낮은 트래블 카드를 주카드로, 일반 신용카드를 보조 카드로 두는 식이다. (그리고 이 경고를 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카드 분실의 당사자가 된다. 카드 3개 중 2개를 잃어버리고, 결제 수수료가 붙는 비자 카드 하나로 버티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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