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사했다고?

‘언젠가’를 미루지 않기로 한 순간

by 새벽숲

정규직 기자로 일하던 잡지사에 마지막 원고를 넘기고, 나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동안 말과 글로만 이야기해 오던 ‘웰니스 라이프’를, 실제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또한 일시적인 힐링이나 쉼이 아닌, 삶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


퇴사를 결심한 데에는 거창한 계기가 없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서라기보다, 지금이 아니면 용기를 내기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였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그래서 우리는 늘 지금이 가장 어리다. 가진 것, 지켜야 할 것,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지금이 가장 적다. 이 단순한 판단 위에서 나는 머무르기보다 행동하기를 선택했다.


왜 하필 발리였을까

KakaoTalk_20260414_124925505.jpg 사진_새벽숲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오래 품어둔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 언젠가 여행하고 싶거나, 직접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으로 남겨둔 곳. 2021년의 나에게 그곳은 삿포로였다. 그리고 2022년 겨울, 나는 그 로망을 실제로 실현했고 한겨울의 눈 내리는 삿포로는 꿈같은 몽환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고 싶던 도시 하나를 해결하자, 또 다른 바람이 생겨났다.


2024년부터 내 마음에 새롭게 자리 잡은 곳은 발리였다. 정확히는 우붓. 세계 각지의 요가 수련자들이 모여드는, ‘요가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그곳에서 원 없이 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여행자가 아니라, 그곳의 일상을 살아보는 사람으로 머물고 싶었다. 입버릇처럼 “발리에 가게 되면 최소 한 달은 있어야지”라고 말해왔고, 그 바람은 이제 곧 현실이 된다.


퇴사 후 첫 주말, 호기롭게 인천에서 덴파사르로 향하는 편도 항공권을 끊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귀국 항공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돌아오는 티켓도 예매했다. 다만 환불과 일정 변경이 가능한 유료 옵션을 추가했다. 그래서 아직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어쩌면 그 불확실함 자체가 이번 여정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

KakaoTalk_20260414_125151790.jpg 사진_새벽숲

주변에서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두렵지는 않느냐고 묻는다. 특히 딸바보인 아버지의 걱정이 가장 크다. 물론 불안하다. 여러 번 퇴사를 경험했지만, 이직이 아닌 삶의 전환점을 찾는 여정으로서의 퇴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입으로만 되뇌던 생각을 더는 미루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어렵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만 서른을 맞이하기 직전이라는 타이밍도 무관하지 않다. 진짜 서른으로 들어가는 길목 앞에서 나는 늘 해왔던 것들, 익숙한 것들을 잠시 내려놓는 쪽을 골랐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니, 손실보다는 앞으로 가지게 될 것들에 대한 기대를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테크 업계 프리랜서인 한 지인은 이런 말을 건넸다. 최근 갑자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환율은 1500원을 넘나들고, AI의 가파른 발전 속도로 6개월 후도 내다보기 힘든 시대라고.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뭘 해도 리스크가 크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말을 해줬다. 그는 그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더 용기가 났고 앞으로 펼쳐질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미지의 세계로


혼자 떠난 여행이라고는 국내에서의 2박 3일이 전부였던 나에게, 한 달 이상의 발리 생활은 여전히 잘 그려지지 않는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낙관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한다. 출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한낮의 카페에서 양손으로 두 뺨을 감싸 쥐고 가장 많이 읊조리는 혼잣말은 "어떠려나?"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동시에 생각지 못한 행운과 인연, 설렘도 함께 찾아올 것이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세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한 달, 또는 그 이상의 나날들이 이 칼럼에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발리에서의 모험, 어떠려나?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