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8년 차, 번아웃과 화해하는 법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by 새별


1인 기업을 운영한 지 5년.

생각해 보면 꽤 긴 시간이었다. 내가 맡은 일의 이름도, 형태도, 클라이언트도 계속 달라졌지만, 단 한 가지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모든 건 나 혼자 해야 한다는 것.”


사실 처음 몇 년간은 이 말이 꽤 멋지게 들렸다.

“내가 곧 회사다.”

“내가 일하는 만큼 벌 수 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지금 다시 보면 위험한 환상들이지만, 그때는 그게 자랑이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일에 대한 자부심.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는 만족감.

그래서 밤을 새우고, 주말도 없이 일해도 지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작이 힘들어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 뭘 해야 하지?”에서 “오늘은 좀 쉬고 싶다.”로.

일정은 내가 짜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이 급했다.

의욕은 없고, 책임감만 남은 느낌.

하고 싶은 일은 넘쳐나는데, 손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번아웃이었다.


처음엔 번아웃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게을러졌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몰입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잘만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꾸 일을 미루는 걸까?”

자책이 계속 쌓이자, 결국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됐다.


그 시기에 했던 선택은 억지로 나를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더 타이트하게 일정표를 짜고, 할 일을 더 많이 적고, 미루는 나를 혼내고.

그 결과는?

회복이 아니라 더 깊은 무기력이었다.


“의욕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 나를 살렸다”


번아웃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면,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먼저였다.

“나는 지금 지쳤다.”

“의욕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오래 참았던 거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그다음은 내가 나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딱 5분만 해보자.”

“이메일 한 통만 써보자.”

“템플릿만 열어두자.”

결국 나를 다시 일으킨 건 대단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였다.


의욕은 언제나 늦게 따라온다.

행동이 먼저였고, 그 뒤에야 마음이 따라왔다.

하루 종일 미루던 일을 ‘5분만’ 해보다가 결국 2시간을 몰입한 날도 많았다.


프리랜서에게는 연차가 없다. 그래서 ‘루틴’이 필요하다


회사원이라면 지치면 병가를 내거나, 팀장님께 사정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지치면 그대로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회복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 일하는 장소 바꾸기

집에서만 일하면 권태로워지니, 일정에 맞춰 카페나 공유오피스를 찾는다.

• 템플릿과 포맷 만들기

새롭게 시작하는 게 힘들다면,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작업의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춰둔다.

• 나만의 리듬 유지하기

주 1회는 무조건 완전 휴식.

하루에 1시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한다.

• 나 자신에게 칭찬하기

일기를 쓰며 ‘오늘 잘한 것 한 가지’를 기록한다.

번아웃을 이겨낸 날을 기억하면, 다음에도 버틸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살짝 지친 상태다.

여전히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고, 어떤 날은 브런치 글 한 줄 쓰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어.”

“완벽할 필요는 없어.”

“작게라도 움직이면, 다시 감각이 돌아올 거야.”


프리랜서는 자기 자신을 매일 설득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아무 생각 없는 날도, 결국 나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그게 이 일이 가진 가장 어려운 점이자, 가장 단단한 성장의 조건이기도 하다.



마무리하며


번아웃은 망가짐이 아니라 회복하라는 신호였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아챘고, 너무 오래 참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안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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