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정축월 갑신일의 모리

● 2024.12.16. / ○ 2025.01.15. / ★ 수

by 새긴믈


사 Happening


# 개명 허가 결정




견 Thinking


오래전부터 개명하겠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다. 이름자를 뒤바꾸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한 연예인의 이름이 되어 어릴 적에는 종종 놀림을 받고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름 자체에 크게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름 마지막 글자의 한자가 결정된 경위를 알게 된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내 이름은 한학에 밝으셨던 외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 당신의 친손주들에게 손수 이름을 지어주셨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내 이름의 작명도 부탁드렸던 것 같다. 외손주의 이름을 짓는 것이 사돈댁에 실례라고 생각하셨던 외조부께서는 한사코 사양하셨지만, 친할아버지까지 나서서 부탁하시니 결국 수락하셨다고 한다. 작명가인 지인분과 논의한 끝에 외조부께서는 내 이름자를 지어주셨고, 아버지께서는 이를 호적에 올리기 위해 동사무소에 방문하셨다. 그러나 당시 내 이름자의 끝 글자는 호적법상 불용문자였기 때문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한자만 바꿔 등록하였고, 그게 내 이름이 되었다. 그러니까 마지막 글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급하게 지어진 것이고, 외할아버지의 숙고는 무색해진 셈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국가 행정의 미숙으로 인해 내 첫 번째 정체성을 잃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개명은 좀 꺼려져서 연예인들이 실명을 두고 예명을 짓듯이 처음 받은 이름을 그 의미가 잘 드러나게 가공하여 별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게 새긴믈이다.


그러다 작년 5월에 부산의 유명 철학관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무심코 이름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받은 답변은 현재 이름으로는 힘을 받기 어려우며, 특히 이 이름자로 평생 살았다면 아마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하더라. 인과관계는 모르겠지만 현상적으로는 맞는 말. 반면 본래 이름자는 상당히 좋은 구성이라 하였다. 이에 관심이 생겨 주역 작명 원리를 찾아보고 그에 따라 이름자를 분석해보니, 우리 외할아버지 정말 이름 잘 짓는 분이셨더라.


개명을 결심하였다. 다만 개명 절차를 알아보기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12월에 들어서며 홀린 듯이 일을 진행했다. 사실은 12월 10일쯤에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신청서를 등록하고 결제까지 다 마쳤는데, 알고 보니 최종 제출을 안 했던 것이다. 31일에 확인차 들어가봤다가 기겁을 하고 마무리했다. 이후 중간에 서류를 잘못 제출한 것이 있어 보완하고, 올린 지 딱 2주 되는 어제 허가가 떨어졌단다. 오늘 연락을 받아 개명허가결정등본을 받고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 개명 신고를 하는 것으로 끝. 물론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는다든가 인감을 새로 등록해야 한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일단은 미뤄두기로 한다.




정 Feeling


12월에 들어서며 뭔가 달라졌다. 한 2년 정도 무기력이 계속되었는데 뭐랄까, 밀물이 서서히 밀려오면서 갯벌에 박혀 있던 배가 슬슬 떠오르는 느낌? 방치하고 회피해온 삶의 문제들을 슬그머니 정리하고 싶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갖춰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단순히 새해를 맞이하는 흔한 마음가짐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다르다. 올해가 들삼재고 삼재가 지나면 이제 대운이 바뀌는 시점인데, 뭔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도 될까? 그간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 여러모로 기운 없이 살았다. 개명을 시작으로 내가 나를 직면할 수 있기를. 내가 나를 보듬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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