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현 May 28. 2024

기자님, 우리나라에 지도자는 필요 없어요.

어느 날, 기사를 하나 읽었다.

https://www.mk.co.kr/news/columnists/11011917

 

 매일경제, 이진명 지식부장이 쓴 아홉 문단짜리 기사다. 여섯 번째 문단까지의 내용은 대략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이진명 지식부장은 기성세대가 되어보니 자신의 세대가 참 이기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한다. 연금, 저출생, 기후변화등의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에 대해 자신의 세대가 어느 정도 고민도 해왔지만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얼마 전 국회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무의미하게 끝났다고 그나마 나온 것도 이후 세대를 희생하는 방안이노라고 기술한다. 이진명 부장은 자신들의 부모세대와 자신들의 세대를 비교한다. 부모세대는 자식들을 위해 그토록 고생했는데, 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잘못을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필자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 현재의 연금체계가 어떤지, 또 연금 개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저출산, 환경 문제에 대하여 이진면 부장의 지적은 분명 일리 있다.


 참 이기적인 세대라는 제목과 여기까지의 내용만 읽어본 감상은 어떤가? 이진명 부장이 행하는 것은 -뻔한 말일 수도 있다지만- 일종의 자기반성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느 순간 글의 분위기가 전환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일곱 번째 문단부터다. 이 문단은 직접 인용하겠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나의 문제를 포기하고 우리의 문제를 우선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의 문제, 미래를 위한 해법은 지도자의 몫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 국민들이 권한을 위임한다. 역사에 기록된 훌륭한 지도자들은 잠시 비판을 받더라도 나의 문제에 집착하는 국민을 설득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하루 8시간, 야근이나 출퇴근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2시간 이상을 노동으로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가지라고. 또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노력해 달라고 강요하는 건 분명 무리다. 하지만 이런 말은 본인들이 해서는 안 되는 말 아닌가? 기성세대에 포함되지 않는 외부인이 한다면 모를까 말이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이진명 부장이 가진 체념의 정서다.


 이후 그는 화두를 지도자로 전회시킨다. 국민 일반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건 무리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대표자로서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하지만 이 표는 그들을 지도자로 인정하는 의미로 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직접적인 정치 공론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 내어달라는 의도일 따름이다. 정치인들은 결코 국민 앞에서 앞장서는 사람들도, 군림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라고 던져두는 대상도 아니다. 국가를 이끄는 것은 국민이다. 국가 위에 군림하는 것도 국민이다.


 여덟 번째 문단에서 이진명 부장은 근래에 우리 지도자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한탄한다, 또 “지도자가 빈곤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라고 적는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제가 지도자들의 빈곤 탓이라고 체념하는 것이며 그를 통해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기사 초반부에 나타났던 자기비파적 정서는 이렇게 변화한다. 민주주의에 지도자는 필요 없다. 애초에 지도자가 존재해서도 안된다. 그들은 그저 유권자들의 확성기의 역할을 다 하면 될 뿐이다. 설령, 정말 우리에게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쳐보자. 그런데 지도자가 빈곤한 상황을 만든 것도 결국 기성세대 아닌가? 최소한 이 기사에서 지도자의 빈곤이 누구의  책임인지 언급되고 있지 않다.


 



 물론 기사에 대한 필자의 해석이나 이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기사는 신속성도 중요하다. 위의 기사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행태에 대한 비판이 목적인 것으로 파악되니, 이슈가 될 때 때에 맞게 작성해야겠지. 그러다 보니 기사의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진명 기자가 쓴 기사만 읽어보면 글쎄. 마치 이기적인 세대는 자기비판조차 이기적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라는 규모 있고 전통 있는 언론사의 지식부장이 진심으로 그럴 리는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만약에 필자의 해석이 진실이라면. 대한민국의 문제는 “지도자의 빈곤”이 아니라 “기자의 빈곤”이라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슬픈 상황이다.

                    

작가의 이전글 MZ몰이와 MBTI의 공통점과 차이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