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너미 vs 프랜드
프레너미(Frienemy)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쳐놓은 합성어다.
친구와 적, 어찌보면 공존 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지만 합쳐 놓으면 그 의미가 찰떡같이 이해된다.
그만큼 겉으로만 친밀해 보이는 관계가 만연하다는 소리기도 하다.
이런 관계는 특히 비즈니스적으로 인연이 된 직장 내 관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함께 업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편의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상은 조직 내 경쟁자일 뿐이다.
이러한 관계는 현대인에게 직장의 의미가 점차 변하면서 더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번 입사한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흔했기에 지금보다 소속감이나 애사심이 높았다.
하지만 요즘 직장인들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언제든 기회가 있으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고 직장 외로 벌 수 있는 수입에도 관심이 많다.
그렇다 보니 직장 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사뭇 생각이 다른 듯 싶다. 과거에는 상사의 말이라면 소위 말해 ‘까라면 까는’ 태도였다면 최근에는 관계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는다. 직장과 삶의 구분이 다소 명확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을 수단으로서 본다면 그 속에서의 관계는 무미건조해질 수 밖에 없다.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우리에게 동료가 더 이상 은퇴까지 함께 할 동반자가 아니라면 정말 친구 조차 필요 없는걸까?
회사 내 친구의 유무가 미치는 영향력
회사 안에서 유대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은 다소 줄어들지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의 유무는 회사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갤럽연구소에서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사에 친구가 있을 경우 회사 만족도가 무려 50%나 늘어났다. 또한 상사와의 관계가 친하다고 느낄수록 직장생활 만족도가 2.5배 늘어났다. 직장 동료와 친구를 완벽히 구분해 직장 속 관계에는 ‘쿨’ 해지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낸다.
행복한 직장인은 직장에 친구가 평균 3.3명 있지만 불행한 직장인은 평균 1.7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행복한 직장인이 되는 방법이 친구의 수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꽤나 영향력이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관계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소속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속의 욕구 때문에 우리의 조상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생존에 성공하고 후손을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직장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쏟는 곳이다. 이 곳에서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두는 것은 소속의 욕구를 채워 더 상위 단계의 욕구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가 없다면, 다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아리스토 텔레스가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떠올리면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등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언급한다(Berschield, 1985). 인간에게 행복이란 관계를 통해 얻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상대적인 성과나 평가가 매우 중요하기에 우리 주변엔 수많은 ‘프레너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프레너미'가 아닌 '프랜드'로 부를만한 깊은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