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고통 vs 길고 굵은 고통
당신의 선택은?
짧고 굵은 고통과 길고 굵은 고통 중 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얼핏 보면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이다.
길고 얕은 고통도 아니고 길고 굵은 고통이라니 누가 후자를 택하겠나 싶다.
하지만 한 실험에서는 때론 우리의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억의 왜곡
이 실험은 내시경 중에서도 매우 괴롭다고 알려져 있는 대장내시경으로 진행되었다.
A그룹은 대장내시경을 8분간 진행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내시경을 제거했다.
B그룹은 A그룹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도 경험했으며 총 시간은 무려 24분으로 훨씬 더 길었다.
다만 B그룹은 서서히 고통을 줄이면서 내시경을 제거했다.
고통의 총량으로 봤을 때는 B그룹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도록 실험이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1시간 후에 고통의 정도와 다시 검사를 받을 의향을 물었더니
놀랍게도 B그룹이 훨씬 덜 고통스럽게 기억하고 있으며 재검 의향도 더 높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성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고 굵은 고통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 겪은 고통과 상관없이 이 고통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분명 A그룹보다 B그룹이 고통이 더 심했지만 B그룹의 사람들은 내시경을 제거했던 마지막 순간의 고통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기억이 왜곡된 것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고난과 역경을 겪었더라도 마지막 순간이 좋았다면 힘들었던 순간도 아름답게 포장된다.
어렵게 준비한 시험에 마침내 합격하고 나면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포기해야 했던 나의 청춘과 허벅지를 찔러가며 책상에 앉았던 순간들이 모두 아름다운 성공 스토리로 포장된다. 하지만 끝끝내 합격하지 못했다면 내 인생에 낭비된 아까운 시간으로 기억되기 쉽다.
의미부여와 기억
하지만 꼭 좋은 결과를 내야만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건 아니다.
과거 어느 시점의 사건이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이런 고난의 순간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 힘들긴 했지만 그 시간 때문에 우리 가족이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
- 절망적이었지만 결국 그 경험 때문에 내가 성장했어.
- 당황스러웠지만 그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은 사건을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연료로 사용한다.
반면 같은 상황을 겪었더라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붙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시간을 인생의 오점이나 암흑기 정도로 기억한다.
누구의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으로 느껴질지는 너무 뻔하다.
누군가에게 이 세상은 어려움이 있어도 다시 노력하고 살아낼 만한,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