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나 포레스트에서의 첫날이 지나고, 나는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장시간의 이동으로 지친 내 몸은 쉽게 깨어나지 못했고, 혼자 배정받은 오두막에서는 알람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니, 아침밥을 준비하는 주방이 보였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주방에는 익숙한 한국인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손을 보탰다. 약 50명이 먹을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재료 손질에만 네다섯 명이 붙었고, 직접 요리하는 인원은 한 명이었다. 화구의 수가 적은 데다, 너무 많은 사람이 요리에 관여하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터였다.
한국인 ‘자유’는 내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능숙한 손길로 재료 손질법을 설명하며, 내가 일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양파, 감자, 당근 같은 채소들이 주재료였다. 사다나 포레스트의 식단은 철저히 채식 위주로 구성된다. 나무를 심는 공동체인 만큼, 물을 절약하는 생활 방식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했다. 고기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므로, 이곳에서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유와 함께 채소를 다듬으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50대 여성으로, 오랜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 속에서 자신을 희생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찾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라는 이름, ‘50대 여성’이라는 사회적 기대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녀는 마침내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의 삶은 많은 경우 온전히 자유롭지 않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로서, 혹은 특정 연령대의 여성으로서 기대되는 행동들이 있으며, 이를 벗어나면 무책임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여행은 그런 틀을 깨고 나올 좋은 기회가 된다.
자유는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시댁의 눈치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갈지, 어떤 하루를 보낼지. 그렇게 흘러 흘러 사다나 포레스트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와 기쁨, 그리고 진정한 자유가 깃들어 있었다.
아침 준비가 끝나고, 요리사는 다양한 채소와 곡물을 넣어 포리지(porridge, 서양식 죽)를 만들었다. 나는 한 숟갈씩 포리지를 떠먹으며 공동체의 생활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유심히 살폈다.
식사가 끝난 후, 장기 봉사자들은 ‘세바(Seva)’ 신청을 받았다. 세바는 산스크리트어로 ‘사심 없는 봉사’를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아침에 퍼스트 세바가, 아침 식사 후에는 세컨드 세바가 진행된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구조였다.
나는 세컨드 세바에서도 주방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료를 손질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함께 일하던 '명상'은 인기 있는 세바로 ‘플랜팅(Planting)’과 ‘워터링(Watering)’을 꼽았다. 나무를 심는 공동체답게, 많은 사람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물을 아끼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며,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자유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이곳에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첫날부터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갔지만,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사진출처: Florian Cordillot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