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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주 Jun 20. 2024

황무지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 벌어지는 일

인도여행 여덟

사다나 포레스트(Sadhana Forest)는 오로빌 내에 있는 커뮤니티 중 하나이다. 오로빌을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온갖 히피들이 모여드는 곳인 것 같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곳은 숲이고, 나무를 심는 공동체이다. 지금 오로빌이 들어선 지역은 과거 열대우림이었으나 인도가 식민지였던 시절에 파괴되어 황무지가 되어 버린 곳이다. 그런 황무지에서 시작한 대안 공동체가 바로 오로빌이다. 적도에 가까운 매우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명했다. 나무를 심는 것이다.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해야 했다. 남인도의 기후에는 긴 우기가 있기도 하여 비로 인한 토양 소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무는 간절한 존재였다.


그렇게 처절한 상태에서 심은 나무들은 현재 오로빌 곳곳에 잘 남아있고 오로빌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기분 좋은 그늘을 내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오로빌은 점차 마을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사람들이 나무를 심던 열정은 유효기간이 만료되었고, 이제 공동체의 다른 부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황무지는 남아있었고 계속해서 나무를 심고 싶었던 아비람(Aviram Rozin)은 사다나 포레스트를 창립하게 된다. 그는 토착민들이 겪는 식량과 물 문제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숲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다나 포레스트는 인도, 케냐, 아이티에 각각 존재한다.


나는 이렇게 멋진 이야기도 모르고 일단 도착해 버렸다. 사다나 포레스트의 첫인상은 숲속 마을 같다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만나 안내해 주는 사람은 프랑스인 도마였다. 도마는 영어로 이것저것 설명하다가 내가 좀 못 알아듣는 것 같아지자, 설명을 명상에게 토스했다. 명상은 한국인이라서 한국말로 이곳저곳을 알려줬다. 오로빌에는 유독 한국인이 많은 것 같았다. 약 50명 정도의 사람이 머무는 듯했는데 그중 나를 포함해서 7명이 한국인이었다. 명상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다나 포레스트라는 새로운 사회를 살아가고 조화를 이루기 위한 규칙들을 천천히 익혀나갔다. 그리고 모든 설명이 끝나고 사무실로 불려 갔다.


건기에는 사다나 포레스트의 최소 거주기간은 4주였다. 우기와 건기는 다르며 우기에는 2주 정도라고 한다. 사무실에 4주 치 음식 기여금(food contribution, 하루당 500루피)을 내고 오두막을 배정받았다. 단기봉사자를 위한 오두막은 두 채인데 한 채는 1층과 2층이 가득 차서 나는 새로운 오두막을 배정받았다. 오두막에는 나무와 그물로 만든 침대가 20개 정도 펼쳐져 있었고, 그중 하나를 내가 차지하여 첫 입주민이 되었지만, 나머지 19개는 비어있었다. 첫날은 혼자 고독을 만끽하라는 배려가 분명하다. 덕분에 다음날 다들 일어나는 시각까지 숙면할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깨우러 오지 않았던 걸로 봐선 (그렇다 사다나 포레스트에는 인간 알람이 존재해 사람들을 깨우러 다닌다) 아무도 나의 존재를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초보자의 행운이랄까 첫날의 선물이었다. 앞으로는 인간 알람과 씨름하는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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