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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odok Aug 25. 2022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2

문창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27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1

1) 대학에 입학하니 학교 친구 사귀기가 오히려 어렵다.

2) 학교생활과 수업방식이 고등학교 때와 너무 달라 힘들다.

3) 대학에 왔으니 좀 쉬엄쉬엄 공부하려 했는데 고등학교 때 보다도 더 힘들다.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2

4) 시험량이 많고 매번 달라지니 적응이 안 된다.

5) 문창과라길래 좋아하는 책만 읽고 글을 쓰면 될 줄 알았는데

6) 하기 싫은 교양과목을 선택해서 후회막급이다.



4) 시험량이 많고 매번 달라지니 적응이 안 된다.


"무슨 놈의 시험이 고등학교 때보다도 많냐"라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학교 배치도도 미쳐 파악할 여유도 없이 입학과 동시에 숨 가쁘게 달린다. 3월 초에 입학하면 4월 말경이면 중간고사 기간이고 6월 초 중순경이면 기말고사가 기다린다. 특히 학기말 시험과 과제 제출이 겹치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는 당황스럽다. 따라서 두어 달 간격으로 오는 시험은 개강 첫날부터 준비해야 한다. 첫날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시험공부에 매달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날그날 강의를 충실하게 노트 정리하고 조금씩 복습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결석은 금물이다. 수업평가 기준에 출결석이 반영된다. 퀴즈, 발표, 토론 등 학점에 관련 있는 것이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또한 무슨 강의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시험을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친구의 강의노트를 빌려 본다고 해도 시험에 제대로 대비하기는 어렵다. 강의실에서 교수가 진행한 내용을 전부 받아 적는다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날 수업의 분위기나 핵심, 시험방식이나 예상문제 등을 그 자리에서 듣지 않고 예단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수업 중에 시험 범위나 방식에 대해 교수는 사전 언질을 준다. 그 언질을 염두에 두고 시험 준비를 매일 조금씩 축적해나가면 된다.   


객관식 문제 위주의 고등학교 때와 달리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을 본다. 문창과라고 좋아하는 책이나 읽고 독후감이나 슬슬 써내는 형태가 아니다. 학과나 교수의 재량에 따라서 서답형, 서술형도 있고 단답형도 있는 등 다양한 유형의 시험이 등장한다. 일부 과목에서는 기말고사를 리포트나 PPT형태로 요구하기도 한다. 객관식 시험은 이미 고등학교 많이 체험한 것이라 낯설지 않지만, 서술 형태나 리포트 형태일 때는 논지의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글을 써야 한다. 설명문 형태의 리포트를 써야 할지 아니면 논설문 형태로 리포트를 써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모든 글은 횡설수설 늘어놓지 말고 서론 본론 결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설정한 후에 써야 한다.


서술 형태의 시험들은 결국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고 출제자의 의도에 맞는 답안을 써내야 하는 것이다. 핵심어를 중심으로 '~논하라', '~정리하라', '~비교하라'라는 물음에 맞는 답안을 깊이 있게 작성하려면 폭넓은 사고를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결국은 독서가 중요하다. 전공시험과 직접 관계있는 책도 있지만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전공이나 과재에 연관된 책은 당연히 읽어야 하고, 별개로 자신의 문학적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임의의 책을 읽어야 한다. 핑계일까. 현실은 과제에 쫓기다 보면 자기만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제발 시험량 좀 줄여주세요"라고 총장님에게 하소연 편지를 쓰고 싶기도 했던 문창과 1-1학기였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더니 대학시험에도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의무교육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우리가 원해서 시작한 공부다. 따라서 대학생활은 내 삶을 찾아 떠나는 긴 여행길에 도움이 될만한 신무기 하나쯤 장착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공부가 즐겁다. 또 가끔은 시험이 있어야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상대적으로 의미 있게 평가해 볼 수 있기에 시험도 즐겁다. 따라서 과재의 많고 적음은 큰 의미가 없다. 단 내가 얼마만큼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구나 스스로 평가하기도 하고, 또 한 뼘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면 시험이나 과재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문창과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특강 형태로 시나 소설 쓰기 실전이 시작된다. 사전에 기존 소설이나 시를 많이 접하거나 써보지 않고는 수업을 재미있게 따라갈 수가 없다. 학생부 종합으로 입학한 내 입장에서는 이미 중 고교 때부터 문창과에 진학하고자 관심 분야를 충실하게 스터디해온 학생과 격차가 보인다. 부랴부랴 예전에 습작해보거나 케케 묵혀있던 잡글을 꺼내서 먼지 탈탈 털어서 제출해본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참혹한 합평 앞에서 얼굴이 뜨겁다. 그래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고자 한다. 혼자서 글이랍시고 써놓고 이게 글인지 푸념인지 구별을 못해서 혼자 끙끙 앓던 때에 비하면 평가해 줄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일까.


5) 문창과라 좋아하는 책만 읽고 글을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단순하지 않다. 상급반으로 들어가면 좀 더 세분해서 전공하겠지만, 개인의 문학적 취향을 1학년 때부터 맞춤형으로 고려하는 학과는 아니다. '문예창작학과'는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예술로서의 문학을 창작하는 학과다. 기본적으로는 문학의 영역에 포함되는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체계적 실습을 중점으로 배운다. 따라서 문학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속에서 내 개인적인 취향 유무와 관계없는 폭넓은 수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취업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졸업생들을 배출하기 위해서 커리큘럼을 폭넓게 가져가는 추세다. 물론 학교마다 성향의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내가 경험해본 학교는 그렇더라는 얘기다.


과격하게 말하면 글쓰기에 대한 전문성을 기하고자 국문학과에서 파생되어 독립했다. 그러나 취업이라는 시대요구에 굴복하고 처음 내세웠던 정체성을 타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글쓰기에 대한 것 말고도 정규과정이나 특별 강좌를 통해 여타 취업 연계학과에 대한 스터디도 병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보여주는 문창과 소개 글도 보면 "출판, 언론, 방송, 영상 등 다양한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전문 직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라는 류의 소개글이 보인다. 결국 '문예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신입생들에게 "왜 문창과에 왔어요?"하고 물어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세분화되어 있다. "나는 시에 집중하고 싶어요" "나는 순문학만 관심 있어요" 또는 "앱 소설만 관심 있어요."그리고 "졸업하면 무슨 일에 종사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방송국 취업" "웹소설 작가" "순문학 작가" "시인" "시나리오 작가" 등등 상당수 신입생들이 입학하면서 문창과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문창과에 진학해서 글쓰기 능력치나 얻어볼까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입학한 내 시각으로는 참 대견하다. 그러나 현실 속의 문창과는 본인이 원하는 어떤 특정 분야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곳이 아니다.


자신은 어떤 특정 문학분야에만 관심이 있고 그것을 공부하고 싶어서 진학한 경우겠지만, 학교에서는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백화점식으로 가르친다. 신입생들이 어떤 분야에서 특기를 발휘할지 모르는데, 1학년 때부터 1대 1 맞춤형으로 특정분야만 지도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학습 이행에 대한 편차를 수치로 계량하기 위해 각종 시험을 수시로 실시한다. 결국 시험을 위한 공부가 형태만 달리 한 채 고등학교에 이어 연장된다. 여기에서 불일치가 생긴다. 시험 준비도 자기가 선호하는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친구들도 있다. "시험공부 안 하냐?"라고 물어보면 태연하게 "점수가 중요합니까?"라고 되묻는 담대한 친구를 보면 경탄스럽다. 그렇다, 문창과 다니는 목표가 '학점'이 아니라 '등단'일 수도 있고 '글' 자체가 좋아서 일수도 있겠다.


6) 교양과목을 잘못 선택해서 후회막급이다.


"교양과목이 재미없다." "잘못 선택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동료학생이 종종 있다. 대학은 내가 하고자 하는 전공 관련 학과만 수강 신청하는 것이 아니다. 타의에 의하여 다양한 교양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학교 측에서는 재학생들에게 폭넓은 소양을 배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교양과목이라는 이름으로 수강하도록 한다. 신입생들에게 전공과목보다 교양과목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과목이야 같은 또래집단과 학점을 경쟁하는 구조다. 수업 진행도 비슷한 레벨의 신입생에 맞춰서 전개되기에 부담 없다. 그러나 교양과목은 전 학년 통합형이 대다수라 상급생들과 동일선에 서서 학점을 경쟁하는 구조다. 대학 학습경험이 풍부한 기존 상급생들에 비해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아무래도 불리한 구조다.


따라서 세심한 준비를 통해 수강신청을 하여야 한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분야이거나 흥미로운 분야 및 본인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수강신청 전에 강의계획서를 보면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는 강의인지 파악은 가능하다. 공강 시간을 없애려고 신청한다던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수강신청을 하면 수업이 재미없고 학점관리가 어렵다. 시간 편의성을 위한 수강신청이 아니라, 학점관리 차원과 지적소양을 넓히기 위한 수강신청 이어야 한다. 교양과목이 재미없다는 학생에게 물어보면 '뚜렷한 목표나 계획성 없이 시간관리가 편한 대로 수강신청을 했다'라고 말한다.


등단이나 프리랜서를 목적으로 학교를 다닌다 할지라도 학생 신분으로서 학점관리는 나름대로 중요하다. 꼼꼼하게 강의계획서를 보면서 수강신청을 한다. 특히 교양과목을 전공이 아니라고 소홀하게 하면 안 된다. 대학생활은 학문에 대한 관심을 폭넓게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공에만 몰입하면 얻을 수 없는 소중한 학문이 세상에는 많다.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전공분야 외 다른 분야를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겠지만, 대학생활에서 그 소중한 씨앗을 한 톨 챙겨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소중한 씨앗을 지니고 있어야 적절한 시기에 손쉽게 심을 수 있는 것이다.


교양과목은 본인이 흥미를 갖는 분야나 향후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강좌 위주로 수강신청을 했으면 한다. 물론 자신이 꼭 받고 싶은 과목이 정원이 완료되어 대안으로 다른 과목을 불가피하게 신청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어쩌면 모든 경험들이 훗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글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지적 역량을 표현하는 것이다.  설령 이런저런 사정으로 흥미가 적은 분야를 수강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에서 주는 지식 습득의 기회를 가볍게 흘려버릴 일은 아니다.


강의계획서는 중요한 자료다. 출력해서 해당 과목 노트에 부착해두고 수업 시작 전 오늘은 무슨 수업이 진행되는지 강의계획서를 흩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교수의 연락처나 질의나 면담 방식, 시험방식 등 다양한 정보가 있다. 수업을 받아보니 강의계획서와 다르다던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수강변경기간 내에 과목 변경 신청을 하여야 한다. 본인도 교양과목을 두 과목이나 변경했었다. 변경에 따른 우려했던 불이익은 없었다. 긍정적인 암시는 자신을 편안하게 한다. 중 고교시절 교과서만으로 접하던 단편적인 세계에서 벗어나서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선 것이다.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사회의 저변 현상에 대한 감각을 찾아가는 것이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것만큼 흥미로운 세상은 없을 것이다.


적어놓고 보니 대학생활에 경험 많은 자 같은데, 이제 겨우 1학년 1학기 마친 신입생이다. 1학기 성적표를 받고 보니 나름대로 적응을 잘한 것 같아서 경험담이랍시고 써봤다. 물론 본인도 교양과목 하나에서 아쉬운 결과가 발생했다.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경험담이라고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새내기 입장이라, 대학 고수들하고는 글의 관점이 다르거나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에 문창과 입학할 신입생들에게 부족하나마 조언이랍시고 해본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느낀 글이다. 학년을 올라가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고, 바라보는 나의 시각도 바뀔 것이다.  사족 한마디 덧붙이자면  대학도 성적순으로 석차를 매기더군요. 고등학교 때나 석차를 메기는 것이고 대학은 석차 평가는 없는줄 줄 알았는데 나름 놀랐습니다.


<횡설수설하는 글을 읽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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