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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콩 Sep 21. 2020

[영화] 인생의 쉼에서 꺼내본 영화 <작은 아씨들>

조 마치를 중심으로 되돌아보는 영화 <작은 아씨들>

지난 주, <작은 아씨들>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2월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때, 코로나 여파로 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던 터라 금세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코로나 시대에도 집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새삼 좋았다. 



어릴 적 <작은 아씨들>을 만화로 읽었다. 지금은 그 책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무척이나 두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기한 점은 그 두꺼운 책을 몇 번이고 계속 봤다는 것이다. 책의 중심부가 끊어질 만큼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도 작은 아씨들은 제법 와닿은 모양이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내용과 비슷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화책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어린 시절 봤던 작은 아씨들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이 내게 와닿았다면, 이번에 봤던 작은 아씨들은 그보다 ‘여성 문제’가 내게 와닿았다. 


‘조 마치’로 알아보는 당시의 여성 작가 


영화는 마치 가의 네 자매와 그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특히나 그중 작가를 희망하는 둘째 딸 ‘조’를 중심으로 그려내는데, 아무래도 당시 사회적으로 여성이 어떤 시선을 받았는지에 대해 잘 보여주기 위해 설정한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신문 출판사와 조의 관계성은 이러한 사회를 잘 보여준다. 조는 처음 편집장을 만날 때, 자신이 쓴 글임을 숨긴다. 자신의 친구가 부탁한 글이라 소개하며, 글의 내용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강제적으로 편집하고서라도 글을 싣고자 노력한다. 


편집장은 조의 글을 싼값에, 자극적인 부분만 채택했다. 조의 요청에 따라 필명은 익명(anonymous)으로 설정한다. 영화의 뒷부분에 밝혀졌지만, 저가 익명을 고집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신이 쓴 자극적인 글을 어머니가 읽었을 때, 걱정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며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장면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는 편집장이 조가 자신의 글을 제삼자의 글이라 거짓말을 했을 때 알지만, 모르는 척을 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익명의 여성 작가들이 많이 있었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도, 작가 중 필명을 남성적인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성의 이름을 사용할 경우, 책이 덜 팔리거나 혹은 책을 읽기 전 편협한 시선이 형성되어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며 말이다. 


물론 합의된 사항으로 글을 팔았지만, 편집장과 조의 관계를 가만 보면 꼭 갑과 을의 관계로 보인다. 글을 수정하자는 제안도, 글의 가격도 편집장이 결정하고, 조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니 말이다. 


변화한 조 마치의 태도 


이러한 편집장과 조의 관계는 조가 베스를 만나고 나서 달라진다. 베스를 만났을 당시의 조는 절필 선언을 했다. 자신이 열심히 쓰는 글이더라도 읽는 사람이 없다며 말이다. 하지만 베스는 조가 쓰는 글이 좋다고 얘기하며, 자신을 위한 글을 쓰라며 조에게 부탁한다. 


베스는 이후 지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고, 조는 자신의 글을 정리하다 베스를 위한 글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편집장이 원했던 자극적인 글이 아닌 베스를 위한 마치 가의 네 자매 이야기를 말이다. 



그렇게 조는 다시 편집장을 만나게 되고, 이때의 그들은 다른 관계성을 가졌다. 인세를 최대한 낮게 주려는 편집장에 조는 인세를 높였고, 판권을 팔라는 편집장에 판권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가지겠다고 얘기했다. 물론, 이번에는 익명이 아닌 ‘조 마치’라는 이름을 달고서 말이다. 


예전 조각 글을 팔던 조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편집장의 제안에 자신이 필요한 요구를 하고, 판권을 단돈 500달러에 가지겠다는 편집장의 얘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절필을 선언하고 나서 한 명의 작가로 다시 태어난 듯했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얼핏 들으면 조가 작가로의 정체성을 올곧게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같지만,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마치 가의 네 자매에게 “결혼 잘 해라”고 늘 얘기하는 대 고모님, “네 꿈과 내 꿈이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라고 조에게 얘기하는 메그,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언니의 옛 연인이라 괴로워했던 에이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그려진 영화는 흡사 우리의 인생을 보는 듯하다. 영화의 시점에 따라 나도 그 사람이 되어 영화에 녹아들어 갔다. 언제든 인생에 쉼이 필요할 때, 혹은 열정이 필요할 때, 늘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영화를 오래간만에 만난 것 같다.


[전문 보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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