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에 걸린 시간, 1년 반
딸깍. 폐업 신고 버튼을 누르는 데 무려 1년 반이 걸렸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는데 난 왜 1년 반의 시간을 가져야 했을까.
2021년 6월,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그 때, 나는 내가 나고 자란 동네에 작은 제로웨이스트샵,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자원을 수거하는 등의 일을 하는 곳, 을 열었다. 사실 가게를 열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때는 바야흐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이었으며 업무 시간은 짧았지만 나의 본업이 있었고,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미취학 아이 둘을 육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아이들을 바라보며 또 작금의 심각한 환경파괴의 현실을 바라보며 엄마로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내 인생에 절!대!로! 자영업은 없다고 외치고 다녔건만.. 정신을 차려보니 부동산에 앉아서 계약금을 넣고 있었다.
망해도 된다는 신랑의 말과 재정 지원, 가까이 사시는 친정 부모님의 육아 도움, 나와 결이 같은 친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 그리고 마치 이 가게를 하기 위해 맞춤으로 준비된 것만 갔았던 공실! 나는 홀린듯이 제로웨이스트샵을 열었다.
가게를 열고 나름 맹렬한 2년을 보낸 후 나는 더이상 이 가게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아주 어렵게 내렸다. 몇날 며칠을 눈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재우고 소파에 앉아 울기도 하고, 메모를 하기도 하며 고민한 결과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게를 접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게를 준비하며 너무 힘들었지만 가게를 정리하는 것은 그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재고 물품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내 경우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더 큰 품이 드는 일이었다. 훌훌 털어내며 좋은 경험이었고,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큰 손실도 없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다른 이들의 위로의 말도 얹어졌지만 나의 본심은 내 마음 저 아래에 내려가 그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려 1년 반을 숨어있었던 그 마음이, 무려 1년 반 동안 나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던 그 마음이 폐업 신고 버튼을 딸깍 누르는 그 순간 실체를 드러내었다. 그것은 바로 '그 공간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 공간을 너무 사랑했던 것이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페인트칠도 하고 가구 조립도 하며 정성스래 준비했던 스 순간들, 가게 지기를 도맡아 항상 그곳을 쓸고 닦으시던 나의 엄마와의 시간들, 멀리서 찾아와 '이 자리에 오래 있어 주세요'하며 다정한 말을 건내던 나의 손님들, 수시로 찾아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던 단골 손님들, 손님이 아무도 없던 날 창 밖에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봤던 그 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그 공간에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을, 그 순간들을 너무도 사랑했던 것이었다.
폐업 신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사랑했던 그 가게와 정말 이별을 맞이했다. 마음으로 그곳을 보내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도 사랑했기에 쉽게 보내줄 수 없었구나. 그래서 모든 일에 흥미를 잃었었구나. 그래서 뭘 해도 즐거울 수 없었구나. 깨달았다. 그러면서 나는 그 이야기를 글로 남기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아 글을 두드린다. 그곳에서의 처음과 마지막을 이야기로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게 하면 나의 마음도 한결 편히 정리되어 또 다른 의미와 재미를 찾아 떠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