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수아(Arzua)~오 페드로우소
#철이의_산티아고_순례길
- 1차 순례: 2022.7.25~8.14, 493km, Saint-Jean~Léon
- 2차 순례: 2023.10.3.~10.25, 329.5km, Léon~Santiago de Compostela)
#걷기 12일 차(32일 차)
#아르수아(Arzua)~오 페드로우소(O Pedrouzo)
#22.8km / 6시간 51분
- 누적 : km / 799km
#숙소 : O Trisquel Hostel 13유로
- 8~20인실, 휴게실 공간은 좋으나 침실은 썰렁함
10월 16일 아침 7:30, 아침 기온 15도.
아르수아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20km 정도로 짧은 코스라 천천히 걷고 쉬엄쉬엄 가도 7시간이면 충분하다. 알베르게가 초입에 있어서 1km 이상을 걸어야 도심을 빠져나간다.
이 지역은 로마 점령 이전부터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고 있지만, 현재 도시의 인구는 대부분 바스크 출신이라고 한다. 이 마을은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la)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콤포스텔라까지는 40km 정도라 하루에 걸어도 되고, 중간에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에서 하루 더 쉬어가도 좋다. 이곳은 생장에서 레온을 거쳐 오는 프랑스길과 북쪽 해안선을 따라 걷는 까미노의 북쪽 길(Camino del Norte)이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전 만나는 곳이다.
밤사이 비가 많이 내렸는지 길이 젖어 있고,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제법 큰 도시인데도 카미노 길은 도시 비탈의 아래쪽이라 그런지 시골 냄새가 강하게 풍겨 온다. 급하지 않으니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간다.
4km 지점에 아담한 카페가 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하면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걸은 지 한 시간, 언덕 위로 올라오니 저 멀리 구름 뒤로 해가 떠 오른다. 비는 아직 오지 않지만 오늘도 비가 예보되어 있는 날이라 하늘에 구름이 많다. 그 구름 사이로 해의 붉은빛이 서려 하늘과 구름이 붉게 물들었다. 완전히 떠오른 해는 눈이 부셔 눈에 담을 수 없지만,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은 해는 눈이 아니라 가슴에 닿는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낸다. 우리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항성이라 부른다. 빛은 그 자체로 에너지면서 물질변화 활동의 결과물이다.
태양 속에서는 1초 동안 6억 5,700만 톤의 수소가 합쳐져 6억 5,300만 톤의 헬륨이 생성된다. 1,500만도의 초고온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가 융합해 무거운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핵융합에너지, 우리 지구 생명의 원천인 태양에너지다.(위키백과 인용)
식물은 태양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하여 포도당과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산소 덕분에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도 수백만 년 동안 모인 태양에너지가 화학적으로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이런 화학 에너지를 연소 과정을 통해 열에너지로 바꾸고, 열에너지를 사용하기 쉬운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다.
마거릿 미첼의 원작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은 절망에 빠지지만, 여태껏 절망적인 일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생각했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라고 말하며 희망을 노래한다. 태양이 이 지구의 생명의 근원이라는 과학적인 사실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매일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우리 몸속 60조 개의 세포 하나하나에 빛이 닿기 때문이다.
3시간 반을 걸어 13km 지점을 지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사흘째 비가 오락가락이다. 숲길은 비에 젖어 질퍽거리고, 곳곳에 물이 고여 조심스레 걸어야 한다.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인데도 기온을 높지 않고 시원해서인지 걷기에는 더 좋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찬송가를 부른다. 음의 높낮이가 크지 않은 찬송가를 나지막이 부르는데 그 소리가 마치 성당 안에서 울려 퍼지는 듯 들려온다. 잠시 숙연해진다. 뒤 돌아보니 중년의 외국인 부부다. 미소로 고마움을 전한다.
비가 와서인지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퍼져오는 허브향이 콧속을 가득 채운다. 갈리시아주로 넘어와서는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많았고, 팔라스 데 레이 이후부터는 유독 유칼립투스가 많다. 나뭇잎을 하나 주워 손으로 으깨어 향을 맡아보니 향이 굉장히 진하다. 잎은 주로 허브차나 에센셜 오일을 만드는 데 쓰이며 목재는 건축재나 기구재로 쓰인다.
유칼립투스는 오스트레일리아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원종과는 다른 종이 유럽으로 건너와서 많이 자란다고 한다. 특히 지중해성 기후와 열대기후에서 잘 자라, 대서양이 가까운 이곳에 식재가 많이 된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산지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멸종 위기 종이라고 한다. 유칼립투스(Eucalyptus)는 그리스어로 '덮여 있다', 혹은 '둘러싸여 있다'는 뜻으로, 꽃받침이 꽃의 내부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아르수아에서 오 페드로우소로 오는 길은 거리도 길지 않고, 길도 완만해서 걷기에 편하다. 걷는 길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에도 카페가 곳곳에 있어 자주 쉬어가기에도 좋다. 내일이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날이다.
이제 하루 남았다.
#산티아고_길_위에_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