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철의일상인문학2024_62(11.18~28)
대구간송미술관에 갔을 때다. 1층 매표소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카이브라는 제법 큰 공간이 있다. 간송 선생과 관련된 책과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 책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다. 안쪽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싶은 곳이다. 이곳을 둘러보다 이전에 읽어 보지 못한 <옛 그림을 보는 법, 허균>을 보고는 바코드를 찍어 서점 바구니에 담아 뒀다. 이전에 읽었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읽어 이해하기 다소 힘든 책이지만, 옛 그림의 종류와 감상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생각과 낭만을 읽어내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어 읽은 보람이 있다.
책의 말미에 ”옛 그림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그림만 뚫어져라 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라는 저자의 말에 살짝 낯이 붉어진다. 대구간송미술관, 서울 성북동의 보화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신사동 호림박물관, 한남동 리움미술관,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여러 번 보게 되면 이전에 봤던 그 그림이구나 하고 기억을 하게 되지만 그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사진 몇 장 찍어 흔적을 남기고 지나갈 뿐이다. 옛말 그대로 시이불견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인데, 도리가 없다.
특히 옛 그림에는 요즘 서양 그림과는 다르게 그림에 글이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마상청애도>에는 그림 상단에 한자로 시 한 수가 적혀 있다. 언뜻 성의 없이 쓰인 듯 글자의 진하기도 제각각인데, 자세히 보면 그 진묵조차 그림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림과 관련된 시라는 걸 알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보고도 알 수 없다. 한자(漢子)에 대한 무지로 보고도 읽을 낼 수 없음이다. 한글 전용의 흐름에 따라 한자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고, 알고 있던 몇 안 되는 것마저도 잊어버렸으니, 옛 그림에 담긴 글자는 글이 아니라 그것 또한 그림이다. 그림으로 감상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말 위에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꾀꼬리 한쌍을 보고 선비가 읊조렸을 법한 그 시까지 감상할 수 있다면 좀 더 옛 그림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쉬움이 크다.
옛 그림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저자가 말한, 고전을 가까이하는 것, 문집을 읽는 것, 상고주의와 길상사상에 대한 이해를 위한 공부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 뚫어져라 ‘ 볼 수 마는 없으니, 옛 그림을 잘 설명해 주는 책을 읽는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이일수의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더 보고 싶은 그림>, 이충렬의 <간송 전형필>, 이광표의 <명품의 탄생> 등이 그런 책이다. 혜곡 최순우 선생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으며 옛 그림에 좀 더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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