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 경보가 울리는 어느 주말, 갑자기 독림서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도하서림’을 보고 난 후부터 독림서점에 가야만 하는 병에 걸린 상태였다. 무더위에 멀리 갈 자신은 없고, 동네 탐방도 할 겸 장안동 무아레 서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부터 고행이었다. 숨쉬기도 힘든 날씨에 버스는 번번이 놓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던 순간,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그렇게 20분 동안 버스틑 타고 달려 장한평역에 내렸다. 무아레 서점은 장한평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에 있다. 장안생활이라는 공유주택 + 공유오피스 건물에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1층 카페에 몸을 반만 밀어 넣고 질문했다.
“무아레 서점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 카페 바로 안쪽에 무아레서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구나.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엄청 크고, 까만 테이블이 바로 보인다. 콘센트가 있어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하기 좋을 것 같았다. 아직 책을 펼치기 전이었지만 따뜻한 조명과 압도적인 크기의 테이블 만으로도 무아레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테이블은 1층 장안생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무아레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이용할 수 있다.)
무아레는 프랑스어로 물결무늬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점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는 물결 형태의 책장이 놓여 있었다. 구불구불 물결을 따라 걷다보면 꽤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장안생활 자체가 집/동네/도시 등 생활 기반 공간을 다루는 곳이라 그런지 ‘1인가구’, ‘공간’, ‘건강’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았다.
한 컨에는 ‘체력’에 관련된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건 나를 겨냥한 큐레이팅인가? 30대에 접어들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워낙 귀차니즘이 심해 몸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
어떤 책에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고통은 근육통뿐이다”라고 써져 있지만 요즘의 나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고통은 배부름에서 비롯된 고통뿐이다”
그 외에 [혼자라는 가족],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나의 조현병 삼촌]과 같이 일반적인 가족 형태를 깬, 다소 특별한 가족 구성을 담은 책들도 소개하고 있다. 무아레 서점의 주요 이용객들이 고민할법한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해 보고, 큐레이팅했다는 점에서 서점의 존재 이유가 명확해 보였다.
아! 사람의 공간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공간까지 신경 쓰는 무아레 서점의 세심한 배려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아쉽게도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무더위를 뚫고 와볼 만한 서점이다. 주말 오후에도 꽤 조용하고 한적해서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하기에도 좋다. 마음속이 시끄럽고 요동쳐서 일상이 힘든 분이라면 무아레 서점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책과 공간이 주는 위로가 가끔은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