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 최인아 대표님이 출연한 방송을 보면서 최인아책방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보통 광고 대행사에서 오래 일하다 나오시는 분들이 자신의 대행사를 차리시는 것은 봤지만 임원으로 일하다가 동네 서점 주인이 된 분은 한 번도 보지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었던 독립서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광고 대행사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분이 만든 서점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최인아책방은 선릉역 7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도착한다. 건물 1층에는 옷가게가 있어서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건물 옆에 놓여 있는 표지판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가면 넓은 층고가 인상적인 최인아책방을 만나볼 수 있다. 12시 오픈시간에 맞춰서 방문했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있었다. 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2층 공간에 위치한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책을 카테고리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큐레이팅한다는 것은 다른 독림서점들도 하고 있는 것이라 특별하진 하진 않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돈이 전부가 아니다. 괜찮은 삶을 살고 싶다!!”
‘어머? 이건 나를 위한 추천이잖아!’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진열된 책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다. 펼쳐본 책에는 추천한 사람의 정보와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이렇게 오래 일한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공감이 되었는데, 한번 이 책에 공감을 느끼기 시작하니까 애정이 생기고,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래서 최인아책방의 큐레이팅이 특별하다고 하는가 보다.
2층에는 1층을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며 자리를 채웠다. 나는 이미 커피를 마시고 와서 이용하진 않았지만 책방의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꽤나 낭만적인 사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이 공간에는 구매한 책만 가지고 갈 수 있다. 책을 구매하면 커피를 5% 할인해 주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책을 먼저 구매한 후, 커피를 주문하는 것이 좋겠다.
마케터가 본 최인아책방
거대한 대형서점과 특색 있는 독립서점들 사이에서 최인아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책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고, 책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강남 한복판에 있는 이 서점을 찾는 걸까?
최인아책방 북클럽
서점 곳곳에서 최인아책방 북클럽을 소개하는 인쇄물이 부착되어 있었다. 북클럽에 가입하면 매달 책 한 권을 보내주는데, 책방 마님의 편지가 함께 동봉된다고 하니 꽤 매력적인 서비스인 것 같다.
매달 열리는 북토크에는 북클럽 회원만 참여할 수 있는데, 이렇게 폐쇄성을 가진 커뮤니티는 소속감을 제공함으로써 회원들의 로열티를 높인다. 즉, 북클럽에 가입한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책방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고, 자연적으로 재구매와 재방문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SNS 채널
최인아책방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만 명이 넘는다. 북토크에 대한 소개부터 새로 들어온 책, 책방의 평범한 일상까지 다양한 게시물을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외에도 유튜브 채널, 카카오톡, 홈페이지도 있는데 ‘이 정도면 동네 서점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진행하는 북토크도 영상으로 촬영하여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데, 이렇게 책방에서 하는 모든 활동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최인아책방이 강남의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네에 있는 작은 매장이라면, 최인아책방처럼 회원제를 만들고,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전략을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큰돈을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 매장에 지속적으로 방문해 줄 단골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마케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