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학가 주변에 있는 매장이라 하면 술집과 음식, 카페가 대부분이라 서점이나 전시 공간처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이런 편견 깨준 서점이 있다. 바로 인데스숍이다. 인덱스숍은 민음사라는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직접 방문해 본 것은 처음이다. 시각문화전문지 그래픽, 서체 스튜디오 글자연구소, 그리고 마포를 대표하는 동네서점 땡스북스가 협업하여 만든 책방이다.
건대입구역에서 8분 정도 걸으면 커먼그라운드가 보인다. 인덱스숍은 커먼그라운드 3층에 위치해 있다. 내부는 원목을 사용해 빈티지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강렬한 레드 컬러의 로고가 함께 어우러지며 힙한 느낌을 풍긴다. 입구부터 책장, 굿즈, 심지어 커피를 시키면 주는 번호표에도 인덱스 컬러와 로고가 브랜딩 되어 있어, 지금까지 가본 서점 중에 브랜딩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인덱스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덱스로 책을 큐레이팅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너무 힙해서 인덱스마다 어떤 주제를 상징하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a’는 alone으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에세이 위주의 책이 있었고, ‘w’는 with로 반려동물 관련된 책들만 모아 놨다. 이 글을 쓰다가 문득 다른 알파벳들은 어떤 주제로 큐레이팅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r’은 resignation으로 해 놓으면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래픽, 서체 스튜디오가 만들어서 그런지 디자인 관련 책들도 큰 책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볼만한 책들이 많으니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생각보다 독립서적도 많아서 ‘이런 것도 책으로 만든다고?’ 생각할 정도로 독특한 책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참을 둘러보다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옆에 놓인 자체 굿즈부터 주문하고 받은 번호표까지 인덱스로 브랜딩되어 있어서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커피를 받아 들고 올라간 2층에는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카페가 한눈에 보이는 바 자리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불편해서 바로 뒷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마케터가 본 인덱스숍
인덱스숍이 있는 커먼그라운드는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평일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오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브랜딩
‘브랜딩은 규모가 있거나 사람들에게 알려진 브랜드에서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동네 가게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을 브랜딩 하는 ‘퍼스널 브랜딩’이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요즘은 브랜딩 없이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인덱스숍의 브랜딩은 그 어떤 서점보다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덱스 로고와 레드 컬러가 매장 곳곳에서 녹여져 있었고, 매대에는 볼펜이나 컵, 스티커와 같은 굿즈들을 인덱스로 브랜딩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또, alone, summer, resignation와 같은 독특한 인덱스에 따라 책을 큐레이팅해 놓으니 평범한 책들도 힙하게 보였다.
커뮤니티
세상에 책 안 읽고 참석하는 책모임이 있다고? 여기 인덱스숍에 진행하는 ‘책 안 읽고 오는 책 모임’은 벌써 13차 앙코르를 진행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이 외에도 누워서 책 읽는 시간, 드로잉 워크숍 등 서점에서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컨셉으로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모임을 통해 매장은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살펴볼 수 있고, 만족한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평범한 물건도 어떻게 브랜딩 하느냐에 따라 특별한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아무도 찾지 않는 제품이 될 수 있다. 작은 매장이라도 우리 매장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브랜딩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