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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밍 Oct 03. 2023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여기 모여라, 군산 버틀러북스토어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방문한 군산에서 운명처럼 밥집 근처에 있는 버틀러 북 스토어를 발견하였다. 후식으로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이끌고 방문한 이 서점은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이었다. 고양이 로고, 굿즈, 그림으로 가득한 공간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애니메니션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고양이 왕국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버틀러 북 스토어는 치즈, 크림이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큰 집사, 작은 집사가 운영하는 군산의 독립서점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서점에서 치즈, 크림이도 상주하는 것 같은데 내가 방문한 날은 추석 연휴라 그런지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선을 돌리면, 눈앞에 다양한 고양이 굿즈와 그림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정신을 못 차리고 구경하느라 부모님이 밖으로 나가버리신 것도 몰랐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이 아니라 귀여운 굿즈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서점의 단골이 될 것 같다.


고양이 굿즈와 별개로 북 스토어라는 정체성에 맞게 큐레이팅된 책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상업 서적과 독립 서적을 혼합하지 않고 오로지 ‘독립 서적’만 판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버틀러 북 스토어에 있는 책 한 권에도 사장님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모자에 대한 책, 스포츠 유니폼에 대한 책, 고양이 사진첩, 강아지 잡지 등 큐레이팅 주제를 고려했을 때 서점의 사장님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고양이 집사’가 아닐까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바 테이블도 있어서 혼자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바 테이블 쪽 벽면에는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써놓은 메모지들이 붙어 있어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오묘한 기분이 든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재즈바 감성을 물씬 풍기는 책 읽는 공간이 나온다.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음악 영상, 책장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LP, 체리색 우드 테이블까지 모두 내 취향이라서 나의 취향을 모두 모아 놓는다면 바로 버틀러 북 스토어가 아닐까 싶다. 음악을 제외하고 서점 내부는 조용한 편이라 책을 읽거나 글을 써도 좋을 것 같다. 




마케터가 본 버틀러 북 스토어

명확한 컨셉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핫플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컨셉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런던’이라는 컨셉에 충실한 인테리어와 베이글로 인기를 끌고 있고, 쌤쌤쌤은 샌프란시스코 느낌이 충만한 미국 가정식 요리로 유명하다. 즉, 사람들은 그 장소에 가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컨셉에 열광한다.


버틀러 북 스토어는 버틀러(집사)라는 컨셉에 맞춰 고양이와 관련된 소품과 굿즈들로 서점을 꾸미고 있다. 들어가는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는 순간까지 고양이와 함께 하니 마치 내가 버틀러가 된 듯한 느낌까지 든다. 버틀러 북 스토어에 살고 있다는 크림이와 치즈까지 만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컨셉의 서점이 어디 있겠는가?


지역 활동
*출처 : 버틀러 북 스토어 인스타그램

버틀러 북 스토어는 최근에는 월명로에서 다양한 소상공인 가게와 여는 플리마켓 ‘월명로-드 마켓’길 위의 청년학교와 함께 군산을 주제로 책을 쓰는’ 군산 청년 책 만들기 모임’ 등의 행사에 참여하였다. 


군산은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서점이 위치한 월명동을 지나가다 방문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버틀러 북 스토어는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한 지역 기반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있다.


지방에서 동네서점 또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버틀러 북 스토어처럼 다양한 지역 기반의 활동들을 활용해 보자. 지역을 홍보하는 동시에 우리 가게를 방문하도록 만든다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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