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래머블 전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요즘 전시는 작품 감상보다 사진 인증이 ‘주인’이 되어버렸다. 유명한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줘야 그 전시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요즘, 혼자서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내가 혼자 전시회에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작품이 주는 감동을 오랫동안 곱씹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 공간에서 들리는 수많은 카메라 셔터음이 작품과는 이질적이게 느껴질 때가 많아 확실히 이전보다는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전시가 생긴다면 반차를 써서라도 꼭 보러 가는 편이다. 실제 작품을 눈앞에서 봤을 때 느끼는 감동은 그 어떤 콘텐츠와도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MBTI는 ISTJ이다. 그중에서도 ‘S’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상상을 잘하지 않는다. 즉, 어떤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케터에게 지나친 현실주의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접근, 시각을 갈구한다. 이러한 갈망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혼자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전시를 보러 갈 때도 있지만 감상보다는 상대방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나도 피사체가 되느라 정신이 없다. 정작 전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내가 어떤 작품을 봤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깊은 영감이 필요할 때는 혼자 전시를 보러 간다.
최근에 다녀온 <이경준 사진전 : 원 스텝 어웨이>에서 나는 도시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건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도시에는 낭만도, 감성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기저기에 낭만이 숨어 있었다.
마치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요즘 답답하고, 지겨운 도시 생활에 지쳐있던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자세히 들어야 보면 네가 몰랐던 낭만과 감동이 있을 거야.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
혼자 전시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절대 얻지 못할 감동이었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 갔다면 작품의 의미를 느끼기도 전에 사진 찍느라 바빴을 것이다. 혼자 전시에 갔기 때문에 오로지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작품이 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SNS에 올릴만한 인증샷은 한 장도 건지지 못했지만 내일을 살아갈 더 큰 감동을 얻었다.
‘혼자 전시에 가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된다’라고 생각한다면 사진을 과감히 포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남들에게 내가 전시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보다 내가 전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감동을 얻었는지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