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노트북 파우치를 챙기는 이유
나는 매일 아침 출근 가방과 함께 노트북 파우치를 들고 나온다. 노트북과 충전기가 들어 있는 파우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노트북 파우치를 챙기는 것은 오늘은 퇴근하고 카페에서 글을 쓰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출근 전에는 분명 ‘오늘은 무조건 퇴근하고 카페에서 글을 써야지'라는 마음이었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내 다짐은 그 어떤 성벽보다 단단했다. 하지만 퇴근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이미 갓생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결국 ‘아, 오늘 너무 배고프니까 일단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글을 써야겠다'라며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글을 쓰면 안 되는 건가?
오늘도 갓생은 글렀다
일단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나면 자동으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1~2시간이 지나면 오늘은 글 쓰기 글렀다는 생각에 아침에 했던 다짐을 던져버리고, 내일을 꼭 퇴근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에 든다. 이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반복되는 루틴이다.
가끔은 이 무거운 노트북을 도대체 왜 들고 나왔는지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그 마저도 옆에 없으면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나에게 있어 노트북 파우치는 일종의 면죄부인 것 같다. 마치 나는 오늘 갓생을 살려고 했는데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몸이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했다며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매일 아침 노트북을 챙기면서도 오늘도 나는 퇴근해서 집으로 바로 올 것을 안다. 하지만 가끔은 어떻게 하면 내가 글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본다. 회사 근처 샐러드 가게 위치를 알아두거나, 회사에서 먹을 저녁 도시락을 싸간 적도 있다. 일단 배를 채우고 나면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덜 들까 해서 말이다.
아쉽게도 그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을 시켜 먹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한 문장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일 아침도, 모레 아침도 왼쪽 어깨에는 가방, 오른쪽 손에는 노트북 파우치를 껴안고 집을 나설 것이다. 인생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내 하루도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