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공감에 대한 성찰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고싶은가?

by 세명

방금 있었던 일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늦은 밤, 한 노인이 데크 위에 앉아 있었다. 윗옷과 양말, 신발을 벗은 채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내가 직접 다가갔다가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노인을 지켜보며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고 기다리는 약 5분 동안, 마음속으로는 누군가—지나가는 젊은이든, 중년이든, 노인이든—그분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거나, 혹은 대신 신고를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노인 앞을 지나갔지만, 다들 신기한 듯 쳐다볼 뿐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졸고 있는 모습이 자칫 앞으로 고꾸라질 듯 위험해 보여, 결국 나는 간호사로서의 책임감을 느껴 노인에게 다가갔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노인에게는 “어지러우시면 여기서 잠시 쉬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노인은 술에 잔뜩 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고마워.”

곧 경찰이 도착했고, 나는 노인을 인계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회적 공감(Social Empathy)’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시걸(Elizabeth A. Segal) 애리조나 주립대 명예교수는 ‘사회적 공감’을 단순한 감정적 공감이 아닌, 사회적 맥락과 구조적 불평등을 이해하고 이에 공감하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단지 ‘불쌍하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삶의 배경까지 이해하며 행동하는 능력이다.

처음엔 이 짧은 경험에 ‘사회적 공감’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과한 건 아닐까, 스스로 되묻기도 했다. 그저 술 취한 노인을 도운 일이, 무언가 거창한 사회 이론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장된 해석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걱정, 행동에 나서기까지의 망설임, 그리고 결국 다가갔던 그 순간은 단순한 감정의 발현이 아니라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걸까?",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관심해졌을까?"라는 사회적 질문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질문은 나를 한 발 더 나아가게 했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게 했다.

Segal 교수의 정의대로라면, 사회적 공감은 반드시 거창한 행동이나 구조 개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길 위에서, 잠깐 멈춰 서서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그 시선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은 작지만, 분명 나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싶은가?

그리고 그 사회를 위해 우리는 어디쯤에서 멈춰 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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