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초콜릿 라떼

열정이 식을 때 어떻게 하나요?

by 김새옹


질문을 가지고 읽는 책은 나에게 답을 준다.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책은 내 안에 있는 답을 알아채도록 돕는 조력자다.




“그는 우리가 여기에서 생활하는 것은 뒤틀림을 교정하려는 게 아니라 그 뒤틀림에 익숙해지기 위한 거라고 했어. 우리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그 뒤틀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사람마다 걷는 버릇이 다 다르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 보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을 고치려 한들 쉽게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고치려다가는 다른 부분마저 이상해져 버린다고 말이야. … 우리는 분명 자신의 뒤틀린 부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건지도 몰라.” 155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변덕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단한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반복이다. 반복의 과정은 지루한 순간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계속한다. 나만의 이유가 뚜렷하니까. 나는 나만의 의미가 뚜렷할 때 더 열심히, 더 꾸준히 지속하는 편이다. 그 의미라는 건 대단한 의미가 아니어도 된다. 정신이 멍하기에 유산소를 하는 것이고, 노트 필기가 재미있어서 공부를 하는 것이고, 손글씨가 그리워서 일기를 쓰는 것이고, 시간을 잘 보내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이다. 물론 행동 그 자체로도 이유가 된다. 일기를 쓰고 싶어서 쓰기도 하고, 책을 읽고 싶어서 읽기도 하고. 다만 재미난 것은, 행하면서 예기치 못한 많은 것들을 얻게 된다는 데에 있다.


나는 이번 여름동안, 생 초콜릿 라떼가 먹고 싶어서 집을 나서곤 했다. 너무 더워서 걸어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던 낮 시간에도 나섰다. 생 초콜릿 라떼를 위해.

생 초콜릿 라떼가 재출시했음을 알려준 친구의 인증샷


목표는 생 초콜릿 라떼였다. 그래서 더위에 찌들어가면서까지 걸었다. 중간중간 후회도 했다. 그냥 배달시킬걸 그랬나, 어차피 살찔 텐데 그냥 먹지 말까,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하지만 한 번도 다시 들어간 적은 없었다. 나온 이상 뭐라도 얻어가야 속이 편하다.


그렇게 걷게 된 거리에서 구름이 퐁실하게 난 하늘을 보았고,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빛 덕에 멍한 정신도 조금씩 돌아왔다. 햇빛이 보약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머리가 멍하면 나가서 걷고, 너무 더우면 헬스장에서라도 걷는다.


가족들과 자주 가는 산책로

아무튼 그렇게 생 초콜릿 라떼를 사 오는 길에는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런 내가 웃겨서 웃는다. 인간은 참 단순한 동물이구나 생각도 한다. (나만 단순한가?)

다시 돌아오는 길은 전보다 수월해진다. 맛있는 것에 정신이 팔리면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르니까.


결국 내가 원하는 걸 뚜렷이 할 때 행동을 시작한다. 이 날씨에 굳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결국 가길 포기할 수도 있다. 모든 건 내 선택. 가는 길이 덥기만 하다고 투정 부릴 수도 정신이 깨어난다고 좋아할 수도, 둘 다 할 수도 있다. 정말 모든 건 내 선택인 것이다.





‘열정이 왜 식지?’

‘난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지?’


이 생각에는 열정적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 숨어있다. 사실 열정이 식고 변덕이 심한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그저 사실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지만 내가 꾸준히 열정적으로 해 나가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반항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건 내 선택. 다시 열정을 키우는 일조차 나의 몫이자 내 선택에 달렸다. 그러니 변하지 않는 사실—식어가는 열정이나 심한 변덕— 그 자체를 되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 열정을 키울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겠다. 열정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에 맞는 생각을 해야지.



그럼 최초의 질문은 이렇게 수정될 수 있다.


“열정을 키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조그만 나만의 이유를 떠올리는 것이 되겠다.


며칠간 한능검 공부를 안 하고 있었다. 책 읽고 유튜브 보고 알바 가고 영화 보고 친구랑 놀고 가끔 운동 가고. 1시간 정도의 시간은 들일 수 있었는데 안 했다. 의미와 기대를 잊고 있었다. 그 또한 내 몫인데.


오늘은 어떤 역사적 인물을 만날지, 역사를 통해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 기대하며 강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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