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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두둑 Jul 31. 2024

ADHD 전문 코칭상담을 하며 깨달은 것들

나와 당신의 'ADHD' 속, 그리고 밖의 이야기

2024년은 제가 심리상담과 라이프 코칭을 별도로 하다가 'ADHD 전문 코칭상담사'로 방향성을 확고히 하게된 해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유난히 ADHD 문제로 절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준비된 운명이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 또한 ADHD로 오랫동안 방황의 나날들을 보냈기에 그런 분들을 만나면 유난히 더 깊게 공감 되고 그만큼 안타까움도 크게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이 전에 했던 방식으로 상담을 하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DHD의 특성상 변화에 대한 의지가 정말 절실하면서도 동시에 변화에 대한 저항 또한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심리상담이나 코칭 방식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힘겹게 한 걸음 전진했다 싶으면 다섯보 후퇴하기를 반복하는 내담자를 보면서 상담자로서의 제 역량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치 제자리에서 헤엄치며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하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좌절을 겪기도 했어요.


게다가 ADHD가 있으면 자칫 스스로 성격적인 결함이 있거나, 또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타인에게도 그렇게 비춰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타인에게 충분히 이해받는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ADHD가 핑계거리로 취급받아 상처받는 분들도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가벼운 실수를 하고 '나 ADHD인가봐'라며 가볍게 말 할 수 있지만 

정작 정식으로 ADHD 진단을 받은 후에는 타인에게 밝히기 쉽지 않습니다. 


"ADHD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젠가 제 상담 케이스에 대해 수퍼비전을 해주셨던 경력이 꽤 오래된 상급 상담사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ADHD가 있는 제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 일 수도, 혹은 그 말이 정말 맞아서 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그 말에서 '편견'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여러모로 저와 맞지 않아서 그 분께 수퍼비전을 받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급속도로 점점 늘어나는 성인 ADHD 진단과 관심에 비해 국내에는 성인 ADHD를 위한 코칭이나 상담 서비스가 그렇게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ADHD에 대한 인식이 더 일찍 깬 해외의 경우엔 달랐습니다. 


ADHD에 대한 연구들과 다양한 정보들,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ADHD 전문상담센터와 코칭 서비스, ADHD로 인한 어려움을 영역별로 관리하는 코치와 각종 서비스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았어요. 


저도 ADHD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해외의 ADHD 정보 및 상담, 코칭 관련 서적도 읽어보고, ADHD 관련 전문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하고 코칭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해외에서는 자신의 ADHD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뿐 아니라 코칭과 상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잡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주의력, 집중력, 시간관리 등의 실행기능 뿐 아니라 수면 밑에 있는 다양한 정서적인 문제들(거절민감성, 마스킹, 우울과 불안)에도 많은 관심과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DHD 코칭상담을 위해 처음에 절 찾아온 분들은 주로 시간관리, 미루기, 실행하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점차 그런 문제들은 단순히 도구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만든 노션 스케줄러나 코칭 도구를 알려드릴 때는 "신선한데요? 이렇게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감을 보이다가도 다음 세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미안하다며 자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진짜 모습을 직면하고 얽힌 감정을 다루며 자신과의 관계가 변화 되어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많은 휘청거림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죠.


ADHD 코칭상담을 받기 위해 저를 찾아오는 분은 모두 다양한 사연과 문제를 품고 있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ADHD에게 빼앗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

결과에 상관없이 변화를 위해 정말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부족한 부분만 집중하느라 노력에 대한 인정을 놓치고 있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촛불처럼 바람에 쉽게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지만 변화의 불꽃을 피울 수 있는 심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나왔던 분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지만 각자 고유한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능력을 인정받고자 나서서 일을 도맡아 하지만 현실은 직장에서 매일 지각과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는 ADHD,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영화와 상관없는 생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가 버거워 영화 한 편 볼 여유도 없는 ADHD,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콘서타의 도움이 없이는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는 ADHD,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자칫 허술한 모습이 들통날까봐 남몰래 불안과 걱정에 잠 못이루는 ADHD,

효율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미리 계획하고, 이것저것 배우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미루고 있는 ADHD,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모두 'ADHD' 입니다.


제가 상담코칭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서사의 주인공이었던 ADHD를 조연이나 가끔 등장하는 까메오 정도의 역할로 조정하고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연출자의 역할을 되찾는 모습을 볼 때 입니다.

  

그리고 그 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죠.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내려놓고 가끔 뚝딱 거리지만 노력하는 나를 인정해주기 시작한 이야기,

완벽하지는 않지만 끌려가는 대신 하루를 이끌어가는 이야기,

시행착오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배움의 열매를 발견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저와 코칭세션을 종료한 분들의 피드백을 공유합니다.

한분 한분의 인생의 한 장면에 잠시 등장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고

앞으로 또 어떤 분들의 이야기 속에 제가 조력자로 초대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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