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불안한 사람일까, ADHD 때문에 불안한걸까?
* 아래 이야기는 실제 고객의 동의를 얻어 각색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혹시 내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30대 초반의 영자씨(가명)는 최근 몇 달 전에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뭐든지 몰아서 한 번에 하는 것이 습관이라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벼락치기를 잘해서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외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늘 어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본격적인 문제는 대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정리해야하는 업무도 미루다가 한 번에 야근하면서 처리를 하거나 기한이 넉넉한 일도 항상 아슬아슬하게 마감기한에 딱 맞춰 일하다보니 스트레스와 불안이 점점 쌓여갔습니다. 늘 끝내지 못한 일감을 보며 불안해 하다가 주말에 처리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추가 업무가 생기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하며 회피하기 위해 결국 병가를 내고 일부러 회사를 나가지 않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녀는 책임감 없고 능력 없는 자신을 탓하며 첫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막상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주말 내내 스트레스 받고 불안하면서도 끝까지 미뤄요. 그렇게 마지막에 급박한 마음에 처리한 일은 늘 마음에 들지 않아요. 문제는 후회를 하면서도 다음에 또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거예요. 벼락치기의 저주에 걸린 것 같아요."
영자씨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면 여러분도 ADHD의 주종목인 미루기와 불안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 일겁니다.
불안은 잘 관리하고 활용하면 ADHD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전력질주를 하기 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신발끈을 묶는 것처럼요. 적당한 불안은 중요한 약속을 잊지 않도록 미리 메모하게 한다던가, 마감일을 넘기지 않도록 일을 착수 할 수 있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날것의 불안은 ADHD의 증상을 심화시키고 그로인해 불안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기도 하죠.
ADHD와 날것의 '불안'은 우리를 자주 멈추게 하고, 지치게 하고, 도망가라고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책임감과 자존감은 빼앗아가고 스트레스와 압도감, 좌절감을 남깁니다. 그 결과로 직장도, 사람도, 자신까지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제가 상담을 시작하면서 ‘불안’은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주의 존재입니다. 특히 ADHD 상담코칭을 하면서 아무리 좋은 전략과 환경세팅을 해놔도 ‘불안’이 장악하는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불안과 ADHD의 차이를 단번에 구분해내는 것은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두 증상이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게다가 불안해서 ADHD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하고(주의력 저하, 가만히 있지 못함, 충동적으로 회피하기 등) ADHD로 인한 경험들(우선순위 정하기의 어려움, 감정조절의 어려움, 대인관계의 갈등)이 불안을 야기시키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의 좋은 먹잇감인거죠.
불안은 적당한 크기일때는 오히려 ADHD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동 에너지의 역할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감을 앞두고 몰입을 하는 순간이죠^^ 저는 일명 '불똥 파워'라고 부르는데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순간 다른 사람들이 10시간 걸려서 하는 일을 우리는 2시간 만에 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바로 '적당한 불안함'입니다.
불안이 조금 더 부풀게 되면 ADHD로 인한 수치심으로부터 대처하기 위한 방어 에너지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행동보다는 한보 물러서는 선택하게 됩니다.
실수할까봐 시도가 꺼려지고, 실망시킬까봐 말이나 행동을 아끼게 되죠. 덕분에 타인으로부터 비판을 받거나 실패의 위험은 줄어들지만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좌절에 대한 역치도 낮아지게 됩니다.
불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면 더이상 불안은 우리를 도와주거나 보호하는 조력자가 아닌 지배자가 되어 판단과 선택의 힘을 빼앗아 가버리게 됩니다. 불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 우린 무력해질 수 밖에 없어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도망가는 것' 뿐입니다. 문제는 완벽하게 도망칠 수 없다는 거죠. 쳇바퀴를 돌듯이 열심히 도망친 결과는 다시 제자리입니다.
불안을 행동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사람일까요?
ADHD가 있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의 핵심신념은 '난 부족해'입니다.
그리고 ADHD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과 생각들이 이 신념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죠. '난 부족해'라는 신념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버립니다. 강하게 조명을 비추면 비출 수록 다른 신념들은 빛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마음대로 불안을 무대에서 내려오게 할 수 없습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2'에서처럼 불안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불안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조명을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불안을 다시 조력자로 만들고 행동 에너지로 활용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알맞는 곳에 조명을 밝혀줘야 합니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얼마나 믿으시나요? 우리가 낯선 사람을 믿을 수 없듯이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믿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ADHD의 필터로는 자신을 왜곡해서 보거나 부분밖에 보지 못해요.
필터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알맞은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부분에 조명을 비춰 줄 수 있는 20가지 질문을 준비해봤으니 아래 질문에 하나씩 답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1. 나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 3가지는?
2. 내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3. 내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는?
4. 내 인생에서 정말 가꾸고 싶은 모습은?
5. 이번 주에 나를 위해 준비한 보상은?
6. 내가 걱정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은?
7.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나의 장점은?
8. 내가 최선을 다했기에 당당한 것은?
9.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은?
10. 내가 앞으로 기대하는 것은?
11.나에게 원동력을 주는 두 사람은?
12. 인정 받아 마땅한 나의 모습은?
13. 이번 주에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은?
14. 내가 바꿀 수는 없지만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것은?
15. 매일 내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은?
16.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17. 오늘 내가 한 일 중에 나의 의도와 일치하는 것은?
18. 내가 스스로를 사랑스럽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19. 내가 믿는 나의 능력은?
20. 이번 주에 잠시 거리를 두기로 한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