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주 보통의 시작

보통 남녀의 365일 세계일주 기록

by 정새롬

#대한민국 #서울 #세계여행

#시작 #2017년2월14일

<떠나기 직전 시댁 거실에서 애증의 짐짝을 찍어보았다>

여행의 첫날. 저가항공으로 호주 시드니 가는 길이 너무 멀다. 24시간...예산은 적고 시간은 1년이나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승한 비행기에서는 빙초산 버금가는 누군가의 쉰 땀 내가 바람을 타고 내 자리로 솔솔 날아든다. 10시간을 타고 가야 하는데 털컥 겁이 난다.


내가 만약 토를 한다면 난 정말 더럽게(?) 인상 깊은 여행의 시작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지금 그 비행기 안에서 이륙을 기다리며 일기를 쓴다. 이것이 내 코의 마지막 묘비가 될지도 모르니 오늘의 하루를 기록해 두기로 한다.

<이때까지만해도 괜찮아 보이네>

시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기분 좋게 인천공항을 출발해 6~7시간 만에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환승 게이트를 거쳐 라운지에 첫 입성. 미리 만들어 둔 PP카드를 들고 당당하게 입장하여 음식도 음료도 과일도 맘껏 먹었다. 하지만 3시간 한정. 다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총 8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나머지 5시간은 어쩌지.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는 심산으로 최선을 다해 배를 채웠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채우려 공항 이곳저곳을 탐색했다. 포켓몬 고도하려고 했지만 포켓볼이 없는 바람에 게 한 마리 잡고 끝났다.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더 이상의 자비란 없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서 구석진 어느 곳에 자리를 풀고 여행 내용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리를 빙자한 활화산 점화식 같은 것이 되었다. 드디어 첫 의견 충돌. 우리 둘은 이제 막 태어난 활화산처럼 맹렬히 불타올라 언쟁을 했다.

<활화산 폭발 전야>

결국 잠정 소등은 되었지만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어쨌든 이 여행길에 우리에겐 우리뿐이다. 때론 침대 밑 외짝 양말처럼 나도 모른 채 정리되지 않고 마음 한켠에 남게 되는 감정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양말 때문에 인생의 큰 수확인 결혼이나 1년간 모든 걸 접고 떠난 여행을 끝낼 생각은 없다. 그렇다. 잘 정돈될 수 있는 난장판은 가끔 우리에게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때문에 열띤 논쟁을 끝내고 잠시 시간을 갖은 뒤 서로에게 진지하지만 조금은 웃긴 사과를 하고 다시금 환승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잠이라 쓰고 기절이라 읽는다>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한 환승 비행기는 자그마치 10시간을 더 날아야 한다. 그동안 기절과 혼절 사이를 드라마틱한 헤드뱅잉으로 채우다 보면 뻐근해진 사지육신과 함께 거대한 섬나라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뭐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을 살아온 보통내기들에게 '그곳은 어떤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일까? 너무 놀라 턱이 빠질 각오까지 하면 지나친 철저함일까?'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을 하며 들뜬 촌띠기의 설렘을 애써 감추어 본다.

<시작의 설렘 앞에서.>

더할 나위 없이 '아주 보통의 남자'와 '아주 보통의 여자'가 1년간 만들어 나갈 <아주 보통의 여행>. 정말 별거 없지만 이제부터 기록을 시작한다. Let's go 못 먹어도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