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나에게서 감기가 옮았다. 내가 좀 조심했었어야 했거늘. 집에 약이 늘 준비되어 있기에 감기 증상이 발현되고부터 약을 먹였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간밤엔 열이 나기도 했다. 증상이 심하여 오늘 결석하게 했다. 이런 상황을 겪을 다양한 엄마들에 대한 사색을 아침에 좀 하다가 일단 빨리 끊어버렸다. 이런 식의 생각을 10년 넘게 계속해대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기도 해서. (그래서 엄마사회학이라는 다른 방식 - 사회적 변수를 설정하고 그에 대해 설명하는 엄마의 언어를 세우는 일 - 으로 채널링 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우리 딸은 아파도 안 아파도 너무 동글동글 귀엽다. ‘세상의 6학년 중에 제일 귀엽다’고 얘기하곤 한다. 내 속을 뒤집어 놓는 것은 잠시, 나를 지배하는 것은 그녀의 ‘마력’.
대학교 재상봉행사 (1995년 학번이 1999년 졸업한 것을 기준으로 25년 되는 해에 열리는 행사)의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제 잠시 합창곡 연습을 했다. 아직 감기가 낫지 않아 쇳소리가 나지만 남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공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연습을 하고 있으려니 감기가 걸린 딸이 내 옆으로 해리포터 요술봉을 들고 다가왔다. 내 노래에 화음이라고 주장하는 그것을 넣고, 가끔은 방해되는 소리를 내곤 했다. 한 곡 마치니 “엄마, 내가 화음 넘 잘 넣지 않아?” 비록 화음이라 하기 곤란했지만 그 명랑함이 너무 에뻐서 ‘너무 잘했다’고 해주었다. 우리 딸은 자뻑클럽 회장감이다.
아픈 딸에게 양고기를 구워 주었는데, 사실 아플 때 그 기름 진 게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딸이 원해서 구워주고 최대한 많이 먹으라고 나는 먹지 않고 있었더니,
“엄마 고기 안 먹어?”
“응, 우리 딸 많이 먹으라고. 안 먹어도 돼~”라고 하니,
고기 한 점씩을 엄마 아빠 그릇에 놓아준다. 물론 식욕이 별로라 그런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몰라도 그 이쁜 짓에 또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우리 예쁜 딸을 위해 무얼 어떻게 충~~ 분히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게으르고 창의적이지 않은 엄마는 늘 한계를 느끼고 미안할 뿐이다. 꼭 껴안고 뽀뽀를 한 바가지 해주는 것만은 확실히 해주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