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합창 연습 중이다. 대학교 졸업의 해로부터 25년이 되는 해에 재상봉 행사를 하는데, 그를 위한 합창단 모집이 있었고 거기 지원해 지난 2개월 여 연습해오고 있는 참이다. 5월 11일이 공연일이니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4일 뒤가 D-day이다. 다시 합창을 하며 내가 한때 합창을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라 동네 합창단 한 곳에도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재상봉행사가 5월 11일로 끝이 나니 그 뒤에도 계속할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고 제법 잘했던 나는, 중고등학교 특활 시간에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이라곤 유일한 합창을 주로 했다. 전교 반대항 합창대회 때 지휘를 해본 일도 수 차례 있다.
최근 합창의 경험을 다시 하며 합창을 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졌다. 학교 재상봉 행사의 합창과 동네 합창을 모두 해보니 악보가 음이 있는 너울거림으로 구현되고 여러 입들이 지휘자의 안내에 따라 합이 맞아 소리가 증강되는 현상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좋고, 악보에 초집중해서 불러내는 자체가 성취감을 준다는 것 정도로 좁혀졌다. 재상봉 행사를 위해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경험도 좋긴 했지만, 같은 과 친구가 아니고서는 어차피 낯선 이들이었고, 대화를 발굴하고 이어나가는 것부터가 피로감을 주어 애초에 가졌던 새로운 인간적 교류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은 없어진 지 오래다. 물론 걔 중엔 참으로 정이 가는 몇 친구가 있어 앞으로 자주 만나며 즐거운 인생 함께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어쨌든 mainly, 합창은 나에게 힐링을 위한 비빌언덕으로 기능하고 있다.
악상이 변화함에 따라 내 나름 그에 맞는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나 혼자의 소리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드라마틱함이 연출되곤 한다. 합창이 만들어내는 큰 흐름에 편안하게 올라타는 기분이다. 이번 합창곡들의 소프라노 파트는 고음이 몹시도 많은데 고음을 피치 떨어지지 않게 내고 있는 자체도 쾌감을 주며 아직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짜릿하다. 무엇보다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은 ‘시키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되는 바로 그것이다. 지휘자의 말씀을 잘 따르고 손끝에 집중하며 한 소절 한 소절 나아가는 그 느낌, 누가 시키는 것을 그대로 잘하기만 하면 되는 때가 언제였나 싶다. 이렇게 편안하다니. 짱구를 전혀 돌리지 않아도 되고 순한 양처럼 ‘네~~’ 하고, 악보와 지휘자 손끝만 보면 되는 것이라니. 그 감각이 너무 좋다. 그 집중감이 아쌀하다.
비록 예전에 비해 호흡이 많이 달리지만, 이것은 다시 훈련하면 될 일. 나의 성대야, 다시 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