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외교관(The Diplomat)'을 보다, '속성'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장례식 한 장면, 어떤 성당. CIA의 한 직원이 성당 한편의 문을 거리낌 없이 열고 거침없이 계단을 오른다. 그다음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누군가를 만나거나 정해진 루트를 통해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다. 평소에 저 성당을 틈틈이 가서 익혀뒀을까? 내부 속속들이? 아니면 감시 카메라를 모두 해킹하여 학습을 해둔 것일까? 성당의 은밀한 곳은 보통 CCTV를 설치 않는다고 봤을 때 저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 같은 사람은 욕먹을까 봐 사람들 많이 모여있는 곳 말고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 테지만, 뭔가를 아는 사람, 속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르게 움직인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대상물에 대한 속성을 빠짐없이 분석하고, 퇴로까지 설계한 뒤 실행에 옮기는 모습, 영화에 나오는 007 작전 같은 그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며 '멋지다...'라고 생각한다. 결코 걸음도 짬이 없다. 목적의식 있는 걸음, 줄곧 그런 걸음을 걷는다. 당장에 내가 무엇을 할지 늘 눈앞에 있다. 이 모든 삶의 짜임새가 유기적으로 서로 얽혀 긴박감 넘치게, 다이내믹하게 작동한다. 그 상태에 있는 자가 부럽다.
'속성'을 안다는 것은 '추구'한다는 것과 통하는 것 같다. '의지'가 없다면, '필요'가 없다면 굳이 깊게 알고자 하지 않는다. 그 '추구'의 맥락, 이후 달성을 위한 학습과 훈련, '속성'에 대한 파악이 정리되어 총체가 마련된 상태. 처하고 싶은 상태이다. '속성'을 알고자 하다 보면 그에 연결되어 알아지고, 또 알아지는 맥락들이 있다. 그에 따라 내가 가볼 것은 그만큼 확장되고 싶어 지는데, 그 drive가 걸릴 때 내가 원하고 남이 원하여 조화롭게 이뤄지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CIA요원이 계단을 거침없이 올라가는 그 기세에서 그 성당의 '속성'을 이미 알고 있을 그 사람의 모습에서 멋짐이 뿜어져 나온다.